콘서트 당일 콘서트와 무관한 제 여행 파트너와 공항에서 만나서, 빠순이 ㅅ님과 도킹했슴다. 더 웃겼던 건 ㅅ님을 기다리다가 같은 목적으로 일본으로 떠나고 있던 ㅂ님을 만난 거.. ㅋㅋㅋ 왠지, 그거 복잡한 심경이더군요. "언니? 같은 비행기?" 이런 대화... (한국이 아니고 일본이란 말이라규...)
도착해서 ㅅ님과 ㅂ님과 이별, 동행을 일본에서 신세질 친구에게 '인도'한 후 다시 전철을 타고 열심히 시나가와로 달려갔습니다. 이미 어두워진 길을 걸어가다 보니 또 너무나 낯익은 공방의 전우들이 한국말로 인사를 해온... (역시 여긴 한국이 아니고 일본인데 말이지!)
건물 근처에서 뭔가 와글거리는 사람들과, 물품 판매를 홍보하는 스태프들을 보니 막, 떨려오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먼저 김정훈갤러리에서 낯익은 닉네임 가지신 분들과 마주쳐 가볍게 인사하고(빙의정훈 님은 여전히 캐엘프) 제 영혼의 동반자 넘버투를 찾아나섰습니다. 은근히 유명한 넘버투, 여기저기서 "저 그분 보았어요" 증언 나와주시고.. ㅋㅋ 잠시 후 (별로 넓은 곳 아니어서요) 감격의 재회가 이루어졌습니다.
오퐈 무대에 서는 거 보기 전에 굶어서 화나면 안 되니까 역 쪽으로 가서 저녁을 사먹고, 다시 돌아왔죠. 제 표는 일본인 친구에게서 공연 시작 30분 전에 만나 받기로 한 상태여서 그 친구를 무사히 만나야 할 텐데, 오직 그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 물품을 사는 줄에 서야겠다는 생각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엇갈리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폰도 로밍했지만, 그 친구를 직접 만난 적이 한 번도 없는 관계로 정말 캐긴장. 먼저 도착해서 용품 사고 있다는데 좀처럼 잘 만나지지가 않아서... 결국 돌고래가 있는 입구! 라는 첫 접선장소는 포기하고 맷데이먼이 있는 영화 포스터 앞에서 만났습니다. 빛의 속도로 돈과 표를 교환하고, 나만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을 표동지들에게 달려갔어요. 그리고 드디어 입장줄에 서서 들어가기 시작.
아, 맞다. 스태프가 3명씩 줄 맞춰 서라고 한 거 웃겼어요. 어딜 가나 몇 명씩 줄 맞추라는 지시는 동일하구나... 우린 네 명 줄도 다섯 명 줄도 잘 할 수 있어요! 오줌도 잘 참아요! 하고 자랑하고 싶은 묘한 기분! ㅋㅋ 어쨌든 줄이 움직이는 걸 보니 우린 정말로 김정훈의 첫 콘서트를 보러 들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입구에는 화환이 세 개였나 네 개였나.. 모두 강렬한 백합향기를 뿜고 있었고, 의외로 나름 여러 가지 물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보안요원이 카메라를 검색해서 번호표를 붙여 압수. 별로 공연장이 크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들어갔을 때 느낌은 작더군요. 1층은 경사지게 디자인되지 않아서 좀 강당 같은 느낌. 의자도 팔걸이 없는 단순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을 줄세워 고정해놓았어요. 제 자리는 앞에서 네 번째 줄의 왼쪽 사이드였습니다. 가깝긴 한데 아주 좋은 자리는 아니었어요. ㅎㅎ 그렇지만 겸허해져야 했지요! 저희보다도 왼쪽에 앉은 사람들이 있었거든! 그분들의 안폭적 상황을 떠올리면 어찌 감히 불평을 품는단 말입니까! (그분들 과연 정훈이 얼굴 보였을까 궁금했습니다만 차마 물어봐서 분노를 자극할 순 없었음) 모두 입장해서 응원도구를 들고 기다리는데, 그물막이 쳐진 무대에 밴드는 모두 세팅되어 있었지만 정각에 공연이 시작되진 않았어요.
부저가 울리고 진짜로 공연이 시작된다는 멘트가 나왔을 때, 갑자기 넘버투 언니와 저는 포옹을 했습니다.
그 포옹엔 지난 6년 세월의 영욕이 아주 복잡하게 엉켜 있었지요.
엠알이 아닌 생음악으로, '시리우스'가 흘러나오며 막이 올라갔을 때 김정훈은 가죽잠바에 부츠를 신은 차림으로 스탠딩마이크에 몸을 의지하고 무대 중앙에 서 있었습니다. 우리만큼(우리보다라고 말하기 싫은 오기) 떨렸을 청년, 만 스물여섯 김정훈이 첫 노래를 시작했어요.
그 오만하고 아름답게 마이크대에 의지한 모습을 보고 전 깨달았습니다. 아, 이 청년이 오늘 춤을 춰주는 기적 따윈 일어나지 않는다. 어차피 세상에 그렇게 기적이 흔하지 않다. 흔하지 않기에 기적 아닌가... 생음악 반주에 맞춰 듣는 '시리우스'는 신선했습니다. (뭔들...) 근데, 뭔가... 일본팬들이 이상합니다. 첫곡이라 흥분해서 일어난 줄 알았는데 앉질 않아요? 헉... 이대로.. 이대로 서서 보는 거야?
첫 곡이 끝나고 일본어로 틀에 박힌 인사를 하고 난 정훈 씨는 'Always and Never'를 불렀어요. 워낙 절제되고 평이한 노래라서 그냥 멍~하게 듣고 있는데 이쯤에서 아마 점퍼를 벗었나? 옷을 갈아입는 성의 없이 걍 붉은 쉐터를 입은 채 가슴 가리기 위한 머플러를.... 훗.
그 다음으론 번안곡 시리즈가 이어졌습니다. 저는 처음 들어보는 미샤의 노래를 불렀는데, 그 생전 첨 듣는 노래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서 눈물을 글썽이고 말았습니다. 왜 그런 거야? 나 왜 그런 거야? 노래가 계속될 때 일본 팬들 분위기는 대략 조용.... 수줍게 야광물질만 흔들지 말고 소리 좀 질러줘! 하고 싶었습니다. 그 뒤로 역시 첨 듣는 키로로의 번안곡에 이어 개나소나 잘 아는 히트 넘버 '눈의 꽃'을 불렀습니다. 노래 자체야 훌륭했지만(전 박효신 씨의 누가 쥐어팼다고 이르는 것 같은 울먹이는 목소리 질색이라서;;) 아쉬웠던 건 일본에서 원곡이 일본 것인 노래를 부르는 바엔 조금 더 노력해서 가사를 반씩이라도 섞어 불렀으면 좋았겠다는 거. 솔직히 좀 기대하고 있다가 꿋꿋한 한국어 사랑에 약간 걱정스러웠어요. ^^;; 그리고 드디어 'I'm sorry'. 앨범에서 제가 가장 좋아한 노래는 아직 믿어~ 지만, 콘서트장에서 가장 제가 홀릭했던 노래로 이걸 꼽겠습니다. 춤을 안 춰도 용서가 될 만큼 은근 그루~브해졌거든요. 그 전까지 막 청승에 죽어가던 저의 영혼이 비트로 산캐하게 샤워한 느낌이어서였겠죠? ㅋㅋ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멘트를 많이 하지 않고 노래를 주로 한 공연이었는데, 중간에 진짜 웃겼거든요. 일본어 멘트가 특히! 진짜 귀여웠습니다. "아츠이?"(더워요?) 팬들이 깔깔거리며 "아츠이!" 하면 "아츠까로오..."(덥겄지...) 하는 식으로, "즐거워?" "즐겁겄지..." 하면서 장난치다가 마지막엔 "갓꼬요이?"(멋있어?) 묻고는, "멋있어!" 하니까 "멋있겄지" 대신 "얍빠리~"(역시~) 하는 식으로... 솔직히 빠순이에겐 너무나 재미있는 개그를 쳐주셔서 완전 열광. 솔직히 아직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까진 말할 수 없지만, 팬이 아닌 일반인과 함께 공연을 지켜본 제 친구는 그 일반인이 한국인이 잘 틀리는 요주의 발음들을 김정훈은 틀리지 않는다며 놀라워했다고 하네요. (특히 저 '까로오' 말투는 무척 아저씨스러운 말투로, 정훈이는 분명 사극을 즐겨보는 어떤 아저씨한테서 그 말을 배웠을 것 같다고 합디다. ㅎㅎ)
그리고 비공개 콘벤션에서 불러서 많은 팬들이 궁금해했던 'Everything'과 'Endless story'를 연달아 불렀습니다. 물론 일본어 가사 힘들게 외운 거 뽕을 뽑은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 다음에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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