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늘 인터뷰 때문에 몇시간째 컴 앞을 떠나지 못하고 ㅠ.ㅠ
이 버전도 너무 좋네요 ㅎㅎ
강명석씨 백합갤 눈팅한 거 너무 티나는데요?
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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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시 : 2006.6.8
인터뷰 장소 : 씨네21 촬영 스튜디오
강 : 중국에는 무슨 일로 가셨나요?
김정훈(이하 김) : 그냥 놀러갔어요. 외국을 가보고 싶은 데 계속 못가서...가깝고, 청도요.
강 : 일본하고 중국쪽 진출도 계획중이시죠?
김 : 일본같은 경우 궁과 별개로 추진하던 프로모션이 있었고.. 그걸 가시화시킬 때가 됐는데,
조만간 거기서 노래를 할 것 같아요. 일본어도 배우고 있는 중이고... 7월부터는 궁이 그쪽에서
방영된다고 하는데 어쨌든 저로선 좋은 일일 수도 있고, 저도 작업을 시작하려는 상태고..
중국같은 경우는 저도 잘 몰랐는데, 가서 알았어요. B품이라고 하잖아요. 해적판, 그걸 많이 보셨더라구요.
이상하게 중국에서 드라마나 영화 섭외가 들어와서 왜 그럴까 그랬는데 궁을 봤던 친구들이 많아지니까
인지도가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놀랐고. 중국에서 드라마를 한다면 말이 문제가 될 거 같은데 거기선
더빙을 한다고 하니까...
강 :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궁의 방영 당시부터 반응이 좋았다던데요.
김 : 중국에선 많이들 보셨더라구요. 동북아시아 쪽으로 활동을 생각하고 있어요.
강 : 궁 이후 여러 가지로 바뀐 게 많고, 팬층도 많이 달라지신 것 같아요. 백합갤(디씨 인사이드의
‘김정훈 갤러리’를 뜻함)의 수많은 직원들이라든가 (웃음) 사람들이 바라본 시선도 달라졌을 것같고..
본인의 느낌은 어떠세요?
김 : 궁을 한 10부까지만 하고 만약 끝냈다면, 물론 20부작이었지만... 그랬다면 저는 UN의 그 이미지
그대로밖에, 아직도, 그렇게 기억이 안 되어 있었을 것 같고.. 제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배역상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중후반 넘어가면서 저도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고, 보시는 분들도
또 다른 면을 보실 수 있었던 게, 배역이 그렇게 변했잖아요. 그런 것들이 또다른 기회가 된 것은 확실하구요.
팬층은... 변했다기보다 사람들이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사실이에요. 뭐라고 해야하지? 항상 곱게 자란
그런 애로만 생각하시다가 제법 독기를 품을 줄 알고 뭔가 보여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조금은 생각이
바뀌셨더라구요. 그래서 옛날에는 아이돌 이미지로 많이 보셨는데 많이 바뀐 건 사실인 거 같구요.
저는 뭐... 솔직히 제가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했어요. 하지만 절반 이상은 이 드라마를 통해
달라진 거 같아요.
t : 남들이 보는 시선도 달라졌지만 김정훈씨 본인도 달라진 게 있는 것 같아요. 김정훈씨 갤러리에
그런 인사를 남긴다든가 하는 것들은 김정훈씨 예전 이미지하고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데...
김 : 이게 궁을 통해선지 아니면 제가 편해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이건 기사거리는 아니지만,
예전에는 사람들이 지나가면 담배를 피다가도 숨겼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대놓고 피워요. 그리고
누가 김정훈 어쩌구 욕을 하면 “너 일루와봐, 죽을래” (웃음) 이런 식으로.. 이게 좋은 건지 아닌건지
모르겠는데, 이제는 남들이 보든 말든 제가 보여주는 모습에 신경을 안 쓰게 된거죠. 드라마를 통해
저를 표현하는 게 익숙해져서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거리낌이 없어진 게 가장 달라진 부분 같아요.
t : 궁에서 이상의 시를 읊으면서 거울을 보았던 것처럼, 사람들이 보는 김정훈과 김정훈 본인이 생각하는
부분들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김정훈씨같은 경우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보는 경우가
많잖아요. 흔히 말하는 ‘엄마 친구 아들’처럼 완벽한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 생각을 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본인이 느끼는 모습은 좀 다를 것 같아요.
김 : 그게...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는데 율의 이중성이랑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있는게, 사람들이 볼때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따뜻하고.. 어떤 미소천사로서의 이미지가 있다면, 실제 그런 모습이 저한테 있을
수도 있죠. 그런데 그 상반되는 부분이.. 집착도 있고, 욕심도 있고, 뭐라고 그러지, 들이댈 줄도 아는
그런 모습이 같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원래 제 성격이 뭔지 까먹었어요. 사람들이 농담으로
그러는데... AB형이라 그렇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남들보다 이중적인 면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엄마친구아들같은 모습과 경상도 한량의 모습, 그런 두가지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엄마친구 아들로 봤었다면, 지금의 저는 그 양면성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인정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그만큼 나의 이중성을 알아달라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t : 그런 문제로 스트레스받은 적은 없나요? 나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차이 때문에...
김 : 일단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싸움도 잘 안할 것 같고, 주위에 친구도 없을 것 같고, 혼자 조용히 살 것
같고... 그러면서 왠지 싸가지도 없어보이고. 처음엔 화가 났는데 나중에는 덤덤해졌죠. 어느 정도 제가
그랬으니까 그렇게 보였겠지만.. 제가 변명을 하자면 그런 건 보이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가령 열명의
사람을 만났을 때 열명에게 다 똑같은 모습이 보여지는 건 아니잖아요. 더 많은 사람이 있으면 다 다른
모습으로 볼 수도 있고.. 그런데 저는 그게 분명한 것 같아요. 다섯명한테는 진짜 좋은 청년이고, 다른
다섯명한테는 아주 안좋은 청년으로 보여질 수도 있는데... 그런데 이제는 그런 것까지도 괜찮아요.
이렇게 보는 사람이 있으면 저렇게 보는 사람도 있는 거고.
t : 다시 궁 얘기로 돌아가면, 율은 본인이 간단히 정의를 하자면 어떤 사람같아요? 대사에도 나오지만,
율은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 어머니 뜻대로 왕도 되야 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인데, 그러다가 채경이를
만나면서 뭔가 적극적으로 가지고 싶어했던 캐릭터였는데..
김 : 율도 그렇지만 주인공 네 명의 모습이 요즘 사람들의 모습인 것 같아요. 채경같은 경우가 가장 평범한
우리 얘기일 수도 있는 사람이고, 나중에 좀 바뀌기도 하지만... 제가 재밌게 생각한 것은 혈액형별로
나눠져 있는 것 같아요. 율은 AB형이고, 채경같은 경우는 O형, 신은 A형, 효린은 B형. 저는 나름대로
그렇게 정의를 했는데, 그래서 저는 율이 어떤 계층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AB형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뭔가 항상 좀 가지고 있으면서도 피해의식이 있고, 더 많은 걸 바라게 되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위선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위선적인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그런 모습들이 응집된.
t : 어떤 분들은 ‘궁은 율이라는 소년의 고난기다’라고 말씀하신 경우도 있고, 어떤 분은 율을 보면서 ‘굉장히
마음 아픈 아들같은 느낌’이라는 표현도 쓰셨더라구요. 만일 본인이 율이라는 입장에 있다면 어떨 것 같아요?
다 가진 것 같아 보여도 궁에서는 2인자이기 때문에 관심의 한 켠에서 밀려나 있는 사람이라면.
김 : 제가 본인이라고 생각할 것도 없이 찍다보니까 본인이라는 착각이 들 때가 많잖아요. 중후반부에 가면서
신이 문제가 많이 불거져 나오면서, 그리고 친척들이 왕위 계승문제를 거론하면서 황태자를 바꾸자는 의견이
나와고.. 그러면서 제가 황위를 물려받는 상황이 되면서 학교 갈 때 차도 나오고, 신을 이렇게 쳐다보고
씩 웃는 그런 장면에서 솔직히 굉장히 통쾌했어요. 그래서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는 것 같고, 드라마라서
사건이 극적으로, 그렇게 비인간적으로 나온 부분이 있는데 현실에서 그렇게 티나게 하지는 않잖아요.
티나게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그러지 않았을까(웃음) 율은 너무했죠. 어딜 가나 옆에 있고.
여자 때문에 그러진 않을 것 같아요.
t : 거울을 보며 율이 이상의 시를 읊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직접 제안했다고 들었어요.
그 부분을 넣은 이유는 뭐였나요?
김 : 찍다가... 집에서 거울을 보다가 그 시가 생각났어요. 저는 날개보다 그 시를 더 좋아하는데... 그 시에
띄어쓰기가 없잖아요. 그래서 짜증나서 보기 시작했는데. (웃음) 그 때 그 시대상황의 문제 때문에 그 시를
썼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개인의 문제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게 지금 드라마의 모습과도 닮았고,
저 자신의 모습과도 닮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가님에게 전화를 해서 시 얘기는 안하고 일단 거울을 넣어
보면 어떨까 얘기를 했어요. 그 당시가 제가 염색을 바꿀 때 쯤이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바꾸면서 아이템을
넣어서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고, 그 뒤에 시 얘기도 했는데.. 그러니까 작가님이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그래서 뒤에 거울이 두 세 번인가 더 나오기도 했었어요.
t : 율의 캐릭터가 그 거울 앞에서라던가 21회에서처럼 늘 알 듯 모를 듯 한 표정을 통해 잘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신처럼 표정이 강하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조금 슬프거나, 조금 웃거나 하는 그런 미묘한 표정의 뉘앙스로
율을 캐릭터화한 것 같은데요.
김 : 감사합니다.
t : 본인은 율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하셨나요?
김 : 이게 첫 연기였고, 막판에는 그런 게 있더라구요. 나름대로는 제가 진짜 뭔가 끓어오르는 게 있구나
했었는데, 처음에는 그런 게 없었어요. 그냥 제가 반가워서 웃고 좋아서 웃고 그랬기 때문에 초반에는
컨셉이라는 게 없었어요. 그러다가 하면서 생긴 건데, 하면서는 저랑 율이 성격이 비슷한 사람이라서 편했던
것 같아요. 제가 왠지 억울한 일을 당하고, 그랬을 때 짓는 표정. 어떻게 보면 드라마 속에서 제가 과장해서
연기를 하지 않은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제가 싫을 때 짓는 표정, 제가 좋을 때 짓는 표정.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현실에서는 좋다고 와~ 이러고 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표현을 하잖아요.
t : 현실에서도 감정표현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미묘한 뉘앙스로?
김 : 예. 주위 분들은 그걸 아는데. 좋아도.. 안좋은 척이 아니라 티가 잘 안나고, 안 좋아도 안 좋은 티가 잘 안나니까.
t : 김정훈씨의 표정이나 캐릭터 해석에 초점을 맞추는 분들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고 보지만 대사의
톤이나 발성같은 걸 중점으로 두는 분들은 혹평을 하기도 하는데요. 본인 생각은 어떠세요?
김 : 기본기를 안하고 들어갔죠. 사실. 그건 제가 충분히 인정을 하는 부분이고. 그런데.. 이번 역할에서는
참 다행이라고 봐요. 그래도 그 역할을 했기 때문에 그런 혹평을 적게 들은 게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기본기 연습은 지금 노력 중이고. 솔직히 제 생각은, 그러니까.. 연기에 대해서 잘 모르겠지만, 그냥
내가 이 역할을 보고 그렇게 말하듯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배우들이
다 똑같은 과정을 거쳐서 같은 톤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제 색깔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t : 율이나 안개시정거리에서의 윤수를 보면, 보통 배우들은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하거나 폭넓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김정훈씨의 경우엔 본인이 원하는 어떤 스타일이 있는 것 같아요.
김 : 좋게 말하면 제 스타일로 만들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초지일관인거죠. (웃음)
강 : 율의 캐릭터가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 중 하나가 21회의 마지막 장면, “연모하고 있습니다”라고 봐요.
그런데 그 씬 자체는, 드라마 속 내용이긴 하지만 나라의 운명이 갈리는 상황이고, 본인이 마음을 밝히면서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 조금씩 바뀌는데. 만약 본인의 선택에 의해 수많은 사람들, 조직의 운명이 바뀐다면
어떤 선택을 할 거 같아요?
김 : 드라마에서는 그게.. 극단적인 독선이었지만, 현실에서는 독선이 아니라, 단지 어떤 사람들의 이득을 위한
것일 뿐이라면 다른 사람들이 만류한다고 해도 저는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차피 그 운명을 제가 쥐고 있다면
뭔가 바꿔야할 때 필요하다면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좀 그렇게 살아온 편이에요 (웃음)
강 : 궁 이후로, 안개시정거리나 란의 뮤직비디오 <멍하니>에서나, 모든 캐릭터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해주지만
다가서지 못하는 캐릭터인데 실제로는 어떤 성격이에요?
김 : 포기하죠. 여자 문제로 심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그게 어떻게 보면 안타까워요.
진짜 가슴 아프게 좋아하고 그랬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그런 적이 없었어요.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두명 있었던 것 같은데 다 문제없이 서로 좋아했고, 나름대로 예쁘게 끝났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비슷한 상황이 있긴 있었는데 그냥 포기했어요.
강 : 궁에서 율같은 경우에는 사랑받기를 굉장히 원하는 편인데 본인은 사랑을 주는 쪽이에요
받는 걸 좋아하는 쪽이에요?
김 : 사랑에 관해서는 결국 주는 게 좋은 거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랑을 줘보고 싶긴 한데
너무 받는 거에만 익숙해져 있어요. 솔직히. 어느게 좋다고 얘기는 못하겠지만, 아무튼 주고 싶어요.
사실 되게 애매해요. 한 번쯤은 몸 바쳐서 하는 사랑도 해보고 싶은데 (웃음)
강 : 안개시정거리에서 처음으로 굉장히 일상적인 캐릭터를 맡았는데,
윤수라는 캐릭터에는 어떤 식으로 접근했어요?
김 : 윤수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를 읽으며 드는 생각이, 그냥 일상적인 모습에서도 얘도 율인 것 같았어요.
저는. 성격이나 이런게.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면 성격이 변태스럽지는 않다는 거죠. 정상적인 사람이라는 거.
그래서 더 좋았죠. 캐릭터에 비슷하게 다가선 것 같고, 재밌게 찍었어요. 어떻게 보면 궁보다 더.
부담도 좀 적기도 하고, 1주일, 열흘 계획 잡고 몇일 쉬면서 바짝 찍었거든요. 몸은 피곤했는데
너무 재밌었어요. 일단 감독님과 스탭들이 친구처럼 편해지니까 이것도 재밌어지고. 그래서 저로서는
나름대로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런 게 작품을 제 연습실로 생각하는 건 아닌데
저로선 너무나 좋은 경험이었고.
강 : 그런데 윤수라는 캐릭터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미술잡지의 기자인데, 굉장히 일상적인 직업을 가진
평범한 청년이잖아요. 김정훈씨 인생과는 다른데, 어떤 방법으로 윤수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김 : 율같은 경우는 궁녀들이 인사를 해도 친절하게 받아줬잖아요. 그런데 거기에는 거만이 묻어있거든요.
‘내가 위에서 너희들에게 아량을 베풀어준다’ 이런 느낌으로.
강 : 내가 위에 있지만 너희들에게 친절하다, 이런...
김 : 예. 그런데 윤수는 진짜 저보다 상대가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장면중에 하나 편집이 됐었는데,
잡지사 편집장이 제가 조는 걸 장난쳐서 깨우는데 ‘어, 죄송합니다’ 그러는 건데 그건 율한테 없는 모습이죠.
그리고 어떻게 어떻게 인터뷰 해와 이러는데, 원래 일정이 있었는데 막 바꿔버리니까 짜증나고,
아 씨~ 이러기도 하고. 율의 모습이 지금의 저라면 윤수의 모습은.. 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느낌으로.
강 : 율이나 안개시정거리, 뮤직비디오까지 일관된 캐릭터를 만드는 게 본인의 특유의 이미지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정말 식물성 미남같은.. 능동이라기보단 수동같은.. 미묘한 표정으로 감정 표현을 하는...
UN시절의 김정훈의 이미지가 특히 그랬던 것 같아요. 잘 웃고, 매력적이지만 딱 거기까지만인 것 같은.
어땠나요? UN시절의 김정훈씨는.
김 : 그게... 만들어서 보여주려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TV에서도 저를 그렇게 보여줬었고. 어딜 나가도
그런 분위기로 만들어줬고. 거기서 제가 (장난스럽게) “아이, 왜 그러세요?”그러면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그래서 버라이어티나 이런 데 나가는 게 내키지 않고 오히려 싫어했어요. 솔직히 할 일이 없었어요.
그런 이미지니까. 거기다가 좀 약간 바보만드는 거 있잖아요. 연예인 바보 만들기. 그래서 그런 데
나가길 2,3년 전부터 꺼려했는데. 그런데 그건 잘한 것 같았어요. 거기서 방송에서 MC들이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주잖아요. 그게 굳어지다보면 지금보다 연기하기가 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동안의 생활은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편해요.
요즘은 인터뷰를 해도 편하게 얘기해요.
강 : 지금은 보여주는 것보다 하고 싶은 걸 한다는 말인가요?
김 : 예. 뭐, 방송에서 허락하는 한에서는(웃음) 평소와 똑같이 할 수 있어요.
강 : 어디 인터뷰를 보니까 김형규씨처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던 인터뷰를 봤는데.
김 : 예. 그땐 잘 몰랐죠(웃음)
강 : 그런데 치의예과를 관두고 연예인 활동에 전념하게 됐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김 : 계기는 충분히 옛날부터 있었어요. 전과를 하려는 생각을 했으니까. 어떻게 전과를 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는데, 중학교 때부터 공부하는 동안 저는 100% 계속 공대를 가려고 생각했어요.
중학교 때 과기고 시험을 보려고 했는데 정치경제 선생님이셨던 아버님께서 문과를 가라고 하셔서
갔었어요. 사람들도 넌 왜 이상한델 가려고 하느냐 그러고... 그래서 문과를 갔어요.
그런데 전 역시나 이과인거에요. 그래서 전 제 진로를 그런 쪽으로만 초점을 맞춰서 생각했는데...
진로라는 게 그렇게 전략적인 건 줄 몰랐어요. 사립이고 지방평준화다 보니까...무슨 말인지 아실 거에요.
뭐, 연대 영어영문을 보내느니 서울대 인류학과를 보낸다 이런 느낌이니까. 당연히 의대나 치대를 가야지
무슨 소리냐라고 선생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고. 그리고 그 때 IMF가 터져서 저희 집이 원래도 빚이
있었는데 좀 안 좋아지고. 그러다보니까 전문직을 해야 되지 않겠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그래서 결정은 제가 했는데... 어쨌건 경희대 한의대와 서울대 치대를 봤는데 경희대 한의대는 떨어지고.
저는 논술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데(웃음) 그래서 치대를 갔는데 4월부터는 과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다가 어찌어찌 하다가 매니저들을 알게 되고. 그래서 학교도 가기 싫은데 학교는
대충 졸업하자라고 생각했었어요. 공대는 다음에 공부하지 뭐. 그러다가 나중에는 솔직히 말해서
학교가 위험하게 됐어요. 그래서 자퇴를 하고 중앙대로 편입을 하게 된거에요.
강 : 공대 얘기를 하셨는데, 평소 인터뷰한 거나 TV에서...예전에 서세원쇼에서 개인기 리스트를
쭉 준비한 걸 가지고 오신 걸 본 적이 있어요. 연기를 할 때도 뭐랄까, 공대적으로 철저하게 짜놓고
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평소에도 생활 방식이 그렇게 공대적인, 감성적이지 않고
이성적이고 계획적인 편인가요?
김 : 전 좀 게으른 편인데 그렇지 않았다면 주위 사람들을 엄청 괴롭혔을 거에요. 제가 게을러서 늦는데,
다른 사람들이 늦는 건 못 봐요. 되게 안 좋은 성격인데 (웃음) 게으른 성격만 빼놓으면
늘 계획을 하고 살아요. 이번에 중국 가면서도 계획을 다 짜놓긴 했는데 게을러서 못했죠.
다 생각을 했는데 실천을 못했을 뿐이죠. 원래는 틀을 만들어 놓고 살아요.
강 : 게으르긴 하지만 뭔가 하게 된다면 그 계획대로 움직인다는 건가요?
김 : 네.
강 : 개인적인 궁금증인데, 서울대 치의예과와 중앙대 연영과에 대해서 본인이 다니면서
갖는 마음가짐이나 두 학교간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김 : 내 어깨에 메고 있는 뭔가가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중앙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일단 서울대라는 게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많이들 좋아라하는 학교고, 과도... 그러니까 그런 거에
대한 생각은 당연히 있죠. 생각을 안하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죠. 사람들에게는 후회 안한다,
후회했으면 왜 그랬겠냐고 말을 하는데, 생각 안하려고 노력하죠. 저는 인터뷰할 때마다
이런 얘기가 나올까봐 무서워요. 계속 생각을 하게 되니까. 제 성격을 부모님은 아시니까
“니가 병원에서 그렇게 치료하고 살 놈이 아니지, 잘했다”하세요. 니가 왜 학교를 그만뒀냐
이러시면 제가 더 힘든 거 아니까. 저도 그냥 다르긴 하지만 차이가 없는 것처럼 느끼려고 해요.
강 : 얘기를 들어보니까 누군가 서울대 의대생하고 소개팅을 했는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나는 인생에서 여길 벗어난다든가 할 여지같은 건 전혀 없다, 이게 내 길이다 이런 식으로 얘길 했다는
거에요. 그만큼 성공이 보장된 자리고, 진로가 결정되는 순간 벗어나기 힘든 자리라고도 할 수 있는데,
김정훈씨는 거기서 벗어났잖아요. 그만큼 본인에게 하고 싶은 일의 의미가 각별할 것 같아요.
김 : 말 그대로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두가지가 있겠네요. “좋아서”랑, 그리고 “나쁘게 되기 싫어서”.
좋아서는 말 그대로 취미일 수도 있고.... 예를 들면 율 같은 경우는 막판에 되게 수척해야 되는데
잠 못자고 밥을 많이 먹으니까 붓더라구요. 그래서 새벽 5시에 끝나고 다음날 12시에 촬영이 있는데
세시간 자고 그냥 운동을 갔어요. 그래서 뛰고 달리고 그랬어요. 그런 점이 ‘나쁘게 되기 싫어서’
왜냐하면 나 때문에 드라마를 망치면 안 되니까. 후자는 그런 거고 전자는 오락이나, 술먹거나,
사람 만나는 것... 쉽게 생각하고 있어요.
강 : 연예계에 들어오기 전후가 많이 달라졌잖아요. 이것 때문에 수많은 관심을 받았고, 인생의 진로도
달라졌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연예계나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김 : 학교를 제외시켜놓더라도, 뭐 그런 시도 있잖아요. 나를 키워준 건 8할이 바람이었다 그런거.
그런데 저를 키워준 건 한 3분의 1은 부모님이었고 3분의 1은 학교였고,
또 3분의 1은 이쪽 시스템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계기로 인해 이런 비중이 작아질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저는 이 마지막 3분의 1이 없었다면, 또 다른 삶을 살았겠죠.
이 3분의 1이 있어서 제가 많은 것을 보고 잘 살 수 있지 않나. 돈을 많이 번다는 게 아니라
바람직하게 살 수 있지 않나싶어요. 그런데 연예계 발을 들여놓기 전에는 이 생각을 못했지만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은 잘했다고 생각해요.
강 : 반대로 여기서 경력이 쌓일 만큼 쌓이고, 더 성공을 했는데 어느 순간 연예인이나 연기 자체에
흥미를 잃는다면 다른 길을 찾게 될 거 같나요? 아니면 그래도 그 때는 그 직업을 유지할 거 같나요?
김 : 일단 드는 생각은, 그런 날이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온다면 그 땐 이미 다른 걸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이미. 생계수단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이것저것 벌이는 걸 좋아해요. 게을러서 그렇지.
지금같은 경우도 뭔가 배우려고 하는 것도 있고, 이쪽과 거리가 먼 다른 걸 생각하고 있는 것도 있고.
아무튼 그렇게 된다 해도 ‘그래도 내 일인데’ 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하진 않을 거 같아요.
바람직한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는데, 하기 싫은 일은 안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강 : 그러면 1년이나 10년 뒤에 어떤 모습일 것 같아요?
김 : 가장 그리고 있는 건... 좀 허황된 얘긴데, 예를 들어 네트워크 쪽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수완 좋은 사업가 겸... 연예인? (웃음) 5년 10년 뒤의 모습은 그렇게 됐으면 좋겠어요.
강 : 인터뷰를 해보니까 사람들이 보는 김정훈씨의 모습과 김정훈씨 본인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되는데, 앞으로는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은지..
김 : 비슷한 역을 몇 번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같은 모습이라도 덜 익은 것과 익은 것의 차이가
있잖아요. 이런 역할들에 대한 나름대로의 가치관 정립이 되고 나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건, 엽기까진 아니지만 까부는 역할 있잖아요. 류승범씨같은 그런 역할은 아니지만
김래원씨의 <옥탑방 고양이>같은.. 그런 거 같은 거. 그런 걸 좀 해보고 싶어요.
강 : 그런 걸 보면 디씨 인사이드에 올리신 글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모습도 있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흔히 말하는 꽃미남, UN에서부터 만들어진 이미지로
어필하는데 속으로는..
김 :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이건데 원래 모습은 이런 거인 경우가 많죠.
강 : 틱틱거리는 경상도 소년같은 (웃음)
김 : 다시 말씀드리지만 옛날과 지금 모습은, 옛날에는 누가 너무 좋아요 하면 감사합니다 그러고.
저 어때요 이러면 너무 예쁘세요 이랬는데, 요즘엔 너무 좋아요이러면 말로만? 그러고
저 어때요 이러면 못생겼어. 이런 게 제 모습을 찾는 것 같아요. (웃음)
강 : 그런데 재밌었던게, 디씨 인사이드에 올리신 글들을 보면 그곳 팬들의 말투를 쓰긴 쓰지만,
내용은 굉장히 정리해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 저는 그 사이트에 있는 글을 어떻게 업그레이드 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그곳에 오른 말들이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그래서 밤새 읽고서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사장님이니라고 하니까,
사장님은 직원하고 달라야 하잖아요. 그래서 경어체를 썼고, 그 5대 원칙 같은 건 사람들이
막 해석하고 있는데, 사실 아무 뜻도 없어요. 알아서 생각해서 나름대로 즐겁게 볼 수 있게 쓰려고 했죠.
강 : 그런 글에서도 어느 정도 생각을 많이 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흐름대로 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간 공대생처럼 플로우를 짜고 정리를 한 것처럼..
김 : 원래 3대 원칙을 하려다가, 그러면 하나하나의 비중이 커지니까 한 5개 써놓고....(웃음)
진짜 한 여덟 시간을 그 사이트에 있었어요.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하면서. 그날 제 가 쓴 글이
가장 이상적인 글이라고 생각하고, 올리기 전까지 검토하고, 점 빠진데 있나 보고 (웃음)
강 : 앞서 얘기한 것처럼 사람들이 보여지는 김정훈과 김정훈씨가 생각하는 김정훈이 많이 다른 부분이
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김정훈이라는 캐릭터를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 : 짬짜면같아요. 딱 나눠져 있어요. 섞여있는 게 아니라 대표적인 중국음식 두 가진데 항상
반대 이미지잖아요. 그런데 짬짜면엔 그 둘이 붙어 있으면서도 하나로 통일돼 있잖아요. 성격이 분명해요.
두가지로.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지가 못하고 어떨 때는 이렇고 어떨 때는 이런데, 두 가지가 왔다갔다
하는 게 분명한 성격이고. 그런데 상당히 제가 나름대로 살기가 힘든 게, 딱 중간이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되게 많아요. 그런데 이럴 때는 이렇게, 아닐 때는 저렇게 정확하게 행동하니까,
그래서 좀 인간관계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볼 땐 제가 짬짜면 같아요.
강 : 이건 여담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가상 시나리오는? 가장 과격한 가상 시나리오는 율이 돌아와서
외계인들과 함께 다 쏴죽이고 시작한다고 (웃음)
김 : 그거 좋은데요 (웃음)
강 : 본인이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어때요?
김 : 제 중심적으로 생각을 해볼께요. 신과 채경은 걔네 둘이 잘 살라고 하구요.
강 : 그들은 갔습니다. (웃음)
김 : 저는 돌아와서... 약간 성격이 이상해져 돌아 온거죠. 마음의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마음을 종이처럼 접을 수 있는 거죠.(웃음) 그래서 여자를 많이 만나고 다니는... 거기다가 황족이니까.
그래서 황실에서는 저를 저지하려고 하는...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제가 원하는 캐릭터같은 거죠.
그럼 정말 시트콤 되겠죠.
강 : 마지막 질문입니다. 율은 시즌 2에서 안드로메다로부터 돌아오나요?
김 : 윤은혜씨도 뭐라고 얘기를 했더라구요. 솔직히 모르겠어요. 왜냐면 지금 내용 자체가 일단 짐작은
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궁 이야기는 혜명공주랑 어르신들이 하겠죠? 그런데 문제는 일단
다들 궁 밖으로 떠났어요. 그런 상황에서 걔네들, 신이랑 채경이가 옹기종기 사는 모습을 보여줄건가,
그리고 내가 영국에서, 혹은 한국으로 돌아와서 사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난감하긴 해요. 저도 궁2를 찍어서 네명이 나오면뭘 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저도 잘 모르겠어요. 사전제작으로 찍긴 찍는데, 그게 어떻게 될지, 우리 얘기가 될지, 또다른 이야기를 될지.
그리고 제가 또 그 때 저 개인적으로는 아마 일본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저로서는
단지 모르겠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어요. 아까 말했던 시나리오라면 바로 일본에서 돌아오죠.
인터뷰/정리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 최지은(guilty@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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