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고;;
이번 투어는 완전히 동일한 레파토리와 멘트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공연의 세트리스트나 새 곡에 대해서 말할 게 없어서라는 변명 먼저 하고... ㅎㅎ 시작합니다.
이상하게도 정훈이의 콘서트를 보러 갈 때 우린 학부모 수업 참관을 가는 듯 마냥 기쁘진 않고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우리 애가 실수라도 하면 어쩌지?" "우리 애를 보고 다른 사람이 실망하면 어쩌지?"(나는 전혀 논외) 마음이 깊어질수록 순수하게 즐기기가 힘들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사카에서 비행기로 날아와 신주쿠 숙소에 짐을 놓고 나카노선플라자로 향할 때, 우린 정말 캐뿌듯한 상태였슴다. 왜냐! 우린 이미 굿즈를 샀거등! 그걸 산 이상 그 지옥 같은 줄을 안 서도 되거든! 그런데도 왜 딱 시간에 맞춰서 가기는 불안한 걸까요? 왜 밥을 먹어두겠단 생각은 덜 드는 걸까요? 알 수 없지 말임다...;;; 어쨌든 공연 한 시간도 훨씬 더 남은 시각에 나카노에 도착했습니다. 낯익은 얼굴들도 보이고, 역시 수도의 공연이다 싶고. ㅎㅎㅎ 가장 놀란 것은 요 밑에 올라온 그 콘서트 도촬 사진을 팔고 있단 사실이었는데.. 아, 그게 참 맘이 복잡했어요. 그런 걸 찍어서 팔 정도로 정훈이가 인기가 있단 건 좋은데, 정훈이나 소속사에겐 그 사진이 완전 김을 빼는 스포일러이면서 수익을 침해하는 불법 상품이라는 점이.. 어쨌든 굿즈 사느라 가난해져 있었기 때문에 안 샀습니다. 호호.
일본인 친구를 만나서 인사도 나누고, 블로그에서만 봤던 일본 팬분하고도 인사 나누고, 갤러 중 아주 유명하신 분을 만나 완전 굽신굽신 존존존 염파를 쏘고 뭐 그러면서 또 줄을 서고 말았습니다. -_-;;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줄 근처에서 네 명 정도의 팬이(꽤 추웠는데) 피켓에 "표 양보해주실 분" 이런 말을 써가지고 들고 서 계셨던 것. 뿌듯하기도 하고 마음이 안 좋더군요. 어떻게든 구해보려고 나오셨을 텐데 과연 꿈을 이루셨을지..;;
어쨌든 6시 좀 넘어서 입장을 했는데, 도쿄에서의 짐검사는 정말 허술하더군요. 도촬을 아주 실컷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ㅎㅎ 오사카 다음의 삿포로 공연에 대해서 들려온 소식은 '목 상태가 좀 좋지 않다'로 요약할 수 있더라고요. 마음 복잡. 하나는 '오사카 걸 봐서 참 다행이야'와 '도쿄에서 망신 떨면 어쩐담'
이번에도 굿즈 때문인지 공연이 좀 느지막히 시작했습니다. 공연 시작 전 가장 인상깊었던 일은 역시... 정훈이 부모님 착석. ....제발 처신 잘 해주시길 빌며 그냥 구경하고 있었는데 끝내줬어요. 사람들이 줄줄이 와서 인사를 하는 거야! 으하하!! 하긴! 나도 그렇게 퓨어한 시절이 있었더랬지! 2002년 1월 송파여성회관에서 김정훈 없는 김정훈 생파 열렸을 때 그 자리에 꿩 대신 닭으로 모신 어머님께 끝없는 애정과 존경의 눈길을 쏘며 진심으로 그분에게 감격했던 퓨어한 시절! 지금은 더러울 대로 더러워진 몸이 되어 참배객(?) 행렬을 피식거리며 보고 있는 자신이 좀 안타깝더군요.
드디어 공연 시작! 이번 콘서트가 제게 가장 특별했던 이유를 꼽자면 역시... 내내 서서 보지 않아도 됐다는 거! 아아~ 얼마나 기쁘던지요! 앞줄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편하게 공연을 볼 수 있더라는 거져! 똑같은 대사를 날리며(공연 내내 대사가 사투리를 활용한 멘트 등을 제외하면 99프로 같았음. 대본 보이..) 뛰어들어 레디투고를 부르는 그분의 앞머리에 알록달록한 부분가발이 붙어 있더군요. 근데 소문대로 약간 목소리가 힘들게 들렸어요. 정해진 수순에 의해 노래하다가 드디어... 드디어...!
오르골 순서에서 오퐈가 대형 고사리를 캐셨습니다. -_-;;
사실 그걸 듣는 사람에 따라선 뭐, "그 정도면 고사리 크기가 그렇게 큰 건 아니다"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전 어디까지나 김정훈의 가창력을 깊게 신뢰하는 퓨어한 팬인 관계로 그 고사리 크게 느껴졌습니다. 근데 사실 그 뒤로 고사리보다 문제는... (좀 웃고) 김정훈의 평정이 완전 무너졌다는 거. ㄲㄲㄲ 애가 완전히 기가 죽은 것이 느껴지는 거예요. 노래할 때 자신감이 약 50% 다운. 시선 높이도 약 30% 다운. 어쩜 좋아... 어쩜 좋아... 넘버투 언니 말대로 얘가 일어가 안 되니 자기 실수를 좀 농담식으로 얼버무리고 싶어도 한계가 있는기라. 정해진 멘트만 하면서 보는 사람까지 좀 슬퍼지는 발라드 레파토리를 모두 불렀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온 정훈인 조금, 아주 조금 회복된 듯했지만 역시 자신감이 아직 20% 정도 덜 채워진 상태였고, 아주 작아서 상품가치가 없는 고사리를 몇 개 캐서 바구니를 채우려는 듯 보였습니다. 안타까웠던 게, 제가 관찰력이 떨어져 그런 진 몰라도 도쿄 콘이 디비디가 될 것 같더라 이거죠. 무대 앞면과 옆 측면에서 무인 카메라가 레일 위를 달리며 촬영을 하던데... 어쨌든 지금까지 했던 개그 흉내내기 따위를 하며 조금 기운을 차리신 오퐈는 또 막 뒤로 사라지셨고, 예의 그 '그치지 않는 비' 미공개 사진 영상이 흐르기 시작했는데... 도쿄콘의 액땜은 끝난 게 아니어서;; 그 부분에서 음향 사고가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노래가 끊겼어요. 그래도 무대에서 라이브할 때 일어난 일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슴다. 그 영상 뒤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엔카 타임.
아, 또 봐도 너무 웃겼어요. 너무 신이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훈이가 팔을 좌우로 흔드는 댄스를 따라 추는데... 손에 들고 있던 존훈펜라이트로 그만 제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여자분의 머리를 후둘겨패고 말았습니다. 너무 죄송했어요. 전 제가 저지른 추잡한 실수 때문에 아까 고사리 캐고 음침해진 오퐈처럼 흥이 깨져 자리에 앉아 나머지를 감상했는데... 흥이 깨졌어도 역시 그 노래는 너무 웃기고 신나는기라.. 도쿄에서도 앞줄 어르신 한분 덩실덩실 춤을 추시고(그 전까진 계속 앉아서 무덤덤하게 들으시던 분이셨음), 노래 가사 중에서 '엄마'가 나오자 정훈이가 엄마 쪽으로 손짓과 눈빛을 보냈습니다. 그건 정말 귀엽더라. ㅎㅎ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관객들에게 엄마 아빠 왔다고 소개한 건... 글쎄여;; 제가 보기엔 촘 아니라고 생각하지만여;;;;;
정훈인 초반의 실수를 점점 극복해서 좋은 무대를 만들어갔습니다만 앞으로 남은 순서가 많지 않은고다! 어쨌든 잘 마치고 앵콜곡 때 또 고삐리처럼 어려져서 튀어나왔습니다. 근데 앵콜 무대만으론 도쿄 쪽이 훨씬 손발도 맞고 흥겨웠어요. 긴장도 완전히 풀린 것 같았고.. (근데 오퐈, 극복에 좀 더 시간이 덜 걸렸음 좋았어..) 이번엔 정말 타월 받고 싶다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하이에나처럼 기다렸는데, 허리에 찬 것만 저쪽에 던지고 가셨어요.
오사카에서도 그랬지만 모든 인사가 끝난 후에 정훈이가 무대 중앙에서 손나팔을 만들고 육성으로 고맙다고 또 인사를 하고 사라졌습니다. 그때 난 개에게 마음 속으로 내가 고맙다고 생각했어요. 이것으로 머리털 나고 처음 해본 투어 콘서트 쫓아다니기, 미션이 끝났습니다.
전 우리 오퐈가 너무 피곤해서 그랬다든가, 원랜 그런 사람 아니라든가 그런 변명을 하는 건 빠순이로서 자연스러운 행동이긴 하지만 좀 웃기긴 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도쿄콘에서의 정훈이 노래에 대해선 좀 변명하고 싶었던 게 사실입니다. 존훈 노래, 굉장히 어렵답니다. ㅠ_ㅠ 그리고 이번 앨범의 고난이도 발라드들이 그것도 연이어 짜여진 세트리스트에도 무리할 요소들이 많았죠. 그 목 상태로는 정말 최선의 무대를 보여주었다고 진심으로 생각했습니다.
정훈이의 그 자존심, 그리고 그것이 상처받은 순간의 흔들림까지 다 사랑한다는.
잇뭐예여? 절대 간략하지 않아여?!! (게다가 간질글)
그럼 다른 의견을 리플로 달아주셔도 캐환영~
어쨌든 전 이번 콘을 계기로 일등빠순이로 거듭나서, 노망 운영도 더 잘 하겠다고 다짐하고 돌아왔습니다. 곧 히스토리 업데이트가 있을 예정이니(이번 투어는 포함되지 않습니다만;;) 기대해주시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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