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궁은 무리없이, 아니 만화보다 더 아름답게 2006년의 황실을 극화했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받았습니다.
소품 하나까지 우아하고 고급스러웠던 완소미술팀,
아일랜드OST를 맡았던 두번째달의 빼어난 음악과 그 외 멋진 OST,
그리고 다모와 김삼순을 찍은 촬영감독 등 훌륭한 스텝진들로 인해 궁의 영상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는 원작의 장면과 대사까지 그대로 가져다 썼기에
작가가 아닌 각색이라 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원작과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가 있었다면
그건 바로 ’율’이란 캐릭터였습니다.
만화속의 율은 그야말로 악역입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욕심때문에 채경이를 속이고,
심지어 채경이의 욕실을 훔쳐볼 정도로 안들호로 간 캐릭터죠.
만화속의 율은 황제가 되고픈 야심과 채경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찬 인물이었습니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율은 달랐지요.
그를 둘러싼 현실은 어두웠으나
율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습니다.
자신과 다른 그 누구도 속이지 않았던 진실 그 자체였으며
배척하지도 경계하지도 위협하지도 않는, 부드럽고도 강했던 식물성 왕자였지요.
율의 유일한 거짓말은
"황태자에게 방화혐의를 씌운뒤 폐위를 시키는것이 저의 목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닌 인연"이었지요...
율은 끝까지 모든 아픔과 상처를 자신이 안고 누구에게도 해끼치지 않으며
자기보다 남을 생각한 가장 선한 인물이였습니다.
율에게 ’사랑’은 순수 그 자체였지요.
안되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그를 숨쉬게 해주는 것이기에 놓치 못하겠다 말할 정도로 절절한 것이었구요.
오직 그녀를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상처입는 것도 두려워 않으며 주저없이 온몸을 던지는...
그렇게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이었습니다.
그러나 율은 사랑해서는 안될 여자를 사랑한 죄로
결국 모든 사람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가장 초라하고, 가장 아프며, 가장 외롭게 떠납니다...
율은 드라마 구조상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악역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드라마가 끝나자 가장 공감받으며 마음속에 남아 여운을 주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런 율이 탄생한 것은 작가의 힘도 있었지만
율을 연기했던 김정훈이라는 배우의 힘이 컸다고 봅니다.
김정훈이란 배우는 대본을 외는게 아니라 너덜너덜해질때까지 연구한다고 하더군요.
대사를 까먹어서 엔지낸 것도 없었다던 그는
율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율이 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첫 드라마였기에,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는 율이 되었고 율은 그 안에서 생명력있게 살아있었습니다.
"왜 내 운명은 이렇게 슬픈건데... 왜 맨날 뺏기기만 하는건데.....왜~!!"
뺏기기만..하고는 목이 메어 대사가 잠시 끊기죠...
율은 이쁘게 울어서가 아니고, 눌러도 눌러도 흘러나오는 처연함때문에 감동을 주었다고 봅니다.
율은 특히나 긴 대사가 많았지요. 때문에 더욱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본에 적힌 율의 너무나 ’시’스럽고 기름 잔뜩 바른 듯한 대사들은
정훈군의 입을 통해 순수하고 담백하게 흘러나왔습니다.
그가 아니었다면 ’니가 아프면 나도 아파’따위의 대사가 얼마나 느끼했겠습니까..
하지만 율이 이렇게 마음에 남는 이유는
만화책을 찢고 나온듯한 그의 외모뿐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수많은 노력의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하고 있는 매듭없는 목걸이는
뿌리 잘린 꽃을 아파하는, 평화적이고 억지스럽지 않은 식물성 왕자 율이라는 캐릭터의 상징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목걸이는 바로 정훈군이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에
극중 율의 캐릭터를 연구하다 자신이 직접 목걸이를 디자인해 금은방에 의뢰했던 것이라더군요.
완소 브레인에 감탄해야할까요? 저는 그의 뛰어난 감수성과 깊은 연구심에 감탄했습니다.
드라마상 처음으로 ’이상’의 시를 읊은 장면도 정훈군이 제안한 것이었지요.
단정하고 기품있던 율 왕자의 번민과 분열을 거울을 통해 드러내려고 했던 장면이죠.
그가 얼마나 열심히 연구하고 고민했는지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얼마나 율로서, 율이 되어서 생각하고 살았던 것일까요...
율이 신이에게 뺨 맞는 씬에서 정훈군은 채경의 가방을 가져가야 된다고 주지훈군에게 일러주더군요.
주지훈군이 "그 정신까지 있을까?"라고 혼잣말을 했더니,
정훈군은 단호하게, "있지, 황태자니까"라고 합니다.
이 것은 그가 자기역인 율의 분석 뿐 아니라 주지훈 역인 황태자 캐릭터까지 꿰뚫고 있었던 것이라 사료됩니다.
드라마 전반에 대한 이해 없이 율만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요.
막바지 촬영이 있을 즈음,
정훈군이 급성장염에도 불구, 끝까지 촬영에 임하다 결국 병원에 실려갔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위장은 뇌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정훈군 스트레스성 장염이라고 하더군요.
그는 뭘 잘못 먹은게 아니라 율이 겪어야하는 도를 넘는 슬픔과 상처로 인해
깊은 마음의 상처를 안은것이고 이것이 결국 몸으로 나타난 것이라 봅니다.
그는 이렇듯 온 마음으로 그리고 온 몸으로 율이 되어
율이 당하는 모든 시련과 아픔을 온전히 받아들였던 거지요.
그래서 저는
김정훈, 그였기에 약하면서도 한없이 강했던 율의 깊은 향과 여운이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사족) 궁이란 드라마가 시청율을 의식하여 신채에게만 촛점을 둔 점은 매우 안타까왔습니다.
율의 성장과 화해에 좀더 신경을 썼더라면
보다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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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의 율도 좋아해요. 자꾸 '안들호'라고 얘기하지만;; 나름대로의 유머감각이 있고 덜 상처받는 길을 가는 아이여서 김정훈의 율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죠. 목욕탕 장면도 느긋하게 보면, '그 나이의 남자애'와 맞는 행동이 맞답니다. ^^ 순정을 믿는 저는 만화 버전 율도 채경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믿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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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고 있던 부분과 딱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혹 이거 내가 쓴 거 아닌가 착각했다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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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제 생각과 딱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많네요.. 넘 좋은 글이예요 ^^
정말 .. 정훈이가 연기해준 율이라서 더 끌렸던 부분도 많았던듯 싶네요..지금은 정후니의 율이
아니면 생각할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정말 분석을 많이 한듯 싶드라구요. 챙겨주는 그 모습에 ..
아.. 정훈이가 이글을 읽었음 좋겠어요 어떤분이공홈에 올리셨드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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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율 캐릭터에 빙의가 잘 되지 않아 드라마 보면서 답답한 적이 꽤 있었어요.
그렇지만, 김정훈은 누구보다 율에 어울리고 연기도 잘해줬어요. 캐릭터 분석력과 흡수력은 아주 훈륭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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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은 이쁘게 울어서가 아니고, 눌러도 눌러도 흘러나오는 처연함때문에 감동을 주었다고 봅니다 => 이 부분 보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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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신분께 감탄을 금할길이 없네요
어쩜 저리도 율을 연기한 정훈군의 심리를 잘 표현해놓았는지...
(잘은 몰라도 율이된 정훈군의 심리가 저러지 않았을까싶은데...)
감동입니다...글 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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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클에서 이글 읽고 너무 동감돼 추천과 포인트 쏘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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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아님 말마따나 정훈이 이글처럼 연기에 대해 제대로 코멘트해주고 듬뿍 칭찬해주는 글을 꼭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죄다 검색해 팩스로 보내주고 싶다는 충동이... 연기의 스킬이야 얼마간 카메라에 노출되다보면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느는 것이고, 무엇보다 전 배역자체에 몰입하고자 했던 정훈의 열정을 너무나도 높이 사기 때문에, 정훈연기 많이 나아졌다는 둥, 완벽하지는 않아도 합격점이라는 둥의 어중간한 평에도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아요. 완벽한 연기란게 존재할까 싶기도 하고... 음..'자신감은 얻었는데 패기는 잃었다'는 기사가 자꾸 맘에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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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 기사가 마음에 걸리는 거 있지요. 정말 율로 살아온 정후니가 있었기에 궁이 있었지 않을까 싶네요.
이 글 제 마음을 대변하는 듯, 심금을 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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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클에 정훈이 (율) 관련 좋은 글들이 많은데, 어떻게 정훈이한테 보내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힘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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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동이네요...모든 분들이 같이 느끼신다는거 정훈이의 힘인거 같아요...
모든게 잘 될거에요...정훈이한테...
갤러리 만든다고 아직 못떠났는데...정말 잘 됬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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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북 하나 만들어서 보내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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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율이를 조금이라도 유심히 봤던 사람이라면 다들 공감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리고 궁을 촬영하는 동안 선배들이나 스텝들도 이런 정훈이의 노력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요???
울 정훈이... 노력에 따른 댓가가 반드시 올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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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만화보단 백배나은, 정훈이였기에 가능한 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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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이라는 배우가 갖는 힘..
이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네요..^^ (너무 오바가??)
드라마 궁의 율이 그렇게 아름다고 빛나게 보일 수 있었던 건 정훈군 자신의 힘이라고 생각됩니다..
정말 이 글 정훈군이 꼭 봤으면 좋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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