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드라마를 좋아하는지라 드라마몹 리뷰도 항상 읽거든요.
다른 찌라시 연예신문 기자들처럼 발로 리뷰를 하는게 아니라서 거기 리뷰가 좋아요.
근데, "궁"을 리뷰하는 박원국씨는 너무 까칠한것 같더군요.
제가 팬심으로 눈이 뒤집혀서 더 그렇게 느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리뷰를 보면 유독 정훈이 연기에만 토를 많이 달아요.
궁 리뷰는 좀더 섬세한 여성분이 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리뷰에 비슷한 댓글 달고 왔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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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 17, 18, 19, 20회
(MBC, 수목 밤 9시 55분/ 극본 : 인은아 연출 : 황인뢰)
지난 줄거리 호텔방으로 찾아온 신군(주지훈)에게 효린이(송지효)는 사실상 신이를 포기했음을 선언한다. '채경이와 신군을 인정하겠다'라는 말로 백기 투항을 한 셈. 이에 신군도 다소 착찹한 심정을 억누르며, 효린이를 가슴에 묻은 후 황태자의 방황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 이후 궁으로 돌아온 신군은, "사고라도 난 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어?"라고 걱정하는 채경이를 보며 짠한 감정을 느끼곤, 채경이의 몸이 으스러지도록 끌어안는다.
한편 우울 왕자 율군(김정훈)은 마침 누구도 생일을 챙겨주지 않아 섭섭하던 차, 자신의 생일 파티를 겸해 황태자 부부 및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한다. 허나 율군의 우선 목표는 바로 채경이에게 슬금슬금 접근하는 것. 호시탐탐 채경이에게 접근할 기회만을 노리던 율군은 채경이를 구해주는 등의 쇼맨쉽을 과시하더니, 결국 "내 앞에 나타나줘서, 내 운명이 되줘서 고맙다"는 따위의 자뻑성 발언을 털어놓으며 채경이의 얼굴에 가벼운 입맞춤을 한다.
이 모든 상황을 지켜봤던 신군은 다시금 채경이와 한바탕 설전을 벌이게 되고, 채경이는 채경이대로 신군이 아직 효린이를 잊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둘의 관계는 다시금 삐걱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후 신군의 행동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채경이의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 서툴긴 하지만, 어느덧 신군이 채경이의 눈치를 살필 정도가 된 것. 마치 초반에서 채경이가 하던 행동을 이제는 신군쪽에서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쉽사리 진전되지 않는다. 하필이면 효린이와 신군이 함께 있는 모습을 채경이가 '우연히' 목격하게 된다거나, 동시에 채경이와 율군이 함께 있는 모습을 신군이 오해하게 되면서 둘의 관계는 더욱 더 어긋나고 만다. 신군과 채경이를 제외한 모든 인물들이 둘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반면에, 정작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도 하나의 아이러니.
한편 황태자 부부의 생중계 인터뷰를 앞두고, 혜정궁(심혜진)은 효린이에게 써먹었던 '레드썬' 수법을 채경이에게 써먹기로 한다. 지금껏 아무 생각도 없이 궁 생활을 해오던 채경이도, 율군의 생일 파티 이후 궁 생활에 갑갑함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혜정궁의 꼬드김에 홀딱 넘어가버린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시금 궁으로 들어온 혜정궁의 입에서 '궁을 벗어난 생활이야말로 천국의 문'이라는 말이 나와봤자 별 설득력은 없어보인다. 대머리 아저씨가 파는 발모제가 뭐 그리 효과가 좋겠는가.) 게다가 자웅동체 생물도 갈라놓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율군의 집요한 이혼 종용 압박은, 채경이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국 황태자 부부의 생중계 인터뷰에 임한 채경은, 이혼 발표를 해야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촌평 19, 20회는 연장방영에 따른 허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방영분이었다. 신군과 채경이는 반복적으로 우연한 사건이 빚어내는 오해에 빠져들어 갔고, 결론이 나온 사랑이야기는 제자리를 맴돌며 생명 연장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무엇보다 황당한 부분은, 어떻게든 이야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등장인물들의 지능이 순간적으로 상승했다가 낮아지는 변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혜정궁의 얇디 얇은 음모도 그렇지만, 심지어 거기에 놀아나는 로얄 바보 클럽의 황실 어른들은 스스로 황실폐지론에 힘을 실어줄 지경이다. 게다가 효린이까지 극의 뒷자리로 물러난 이상, 갈등 관계의 핵심을 율군 쪽으로 몰아부쳐버리면서 율군은 이미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를 넘어 스토커의 황제로 등극해버렸다.
부디 황실의 품위와 체통을 위해서라도, 대책없는 연장 방영에 따른 황실 인간들의 몰락만큼은 막아줬으면 하는 바램은 너무 지나친 걸까? 제대로 차려논 메뉴도 없이 '더 드세요'라며 억지로 입 속에 밀어넣는 것처럼, 현재 <궁>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기만 하다. /박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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