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끄고 다시 왔습니다.
학창시절에도 연예인 한 번, 총각 선생님 한 번 짝사랑해본 적 없던 까탈스런 성격인데도 난생 처음 이런 짓(^ ^)을 하게 됩니다. 그것도 머나먼 타국에서...그래서인지 얼마전 남편이 그러더군요. 제게 이런 모습이 있는줄 정말 몰랐는데 속아서 결혼한 것 같다고. ^^
우연히 궁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역시 난생 처음 정훈이를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연기도 어색, 염색한 금발도 뭔가 좀 어설픈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그 어설픔 속에서도 어느 순간부터 볼수록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정훈이. 우연히 인터넷에 공개된 성적표를 보면서 부터였던가 봅니다.
이래저래 과거에 가수활동 했다는 것....학교 자퇴...이런 것 까지 알고난 다음 제 마음속 상처 하나도 덩달아 욱신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좌절감, 상실감. 제겐 여러면에서 참으로 익숙한 것이었고 어쩌면 현재까지 진행중이기 때문입니다.
직장 그만두고 나와있는 외국생활에 이래저래 몸과 마음이 아픈 요즈음입니다.
내가 예전에 어떤 사람이었던가에 대한 기억마져 희미해지고...
자꾸 자존감을 잃어버린 채 허물어져가는 제 자신의 모습에 저도 가족들도 많이 힘들던 참이었습니다.
모든 걸 다가진 듯했던 정훈이가 어느 순간부터 겪어가야 했을 마이너리티로서의 상실감.
그저 성장기의 아픔으로 흘리기엔 너무도 뼈저려서 아마도 평생 따라다닐 마음의 아픔하나 담고 살겠구나 싶더군요.
갑작스레 옮겨온 토양. 연예계가 돈이나 명예를 결국 주게될지도 모르지만 그곳이 정훈이에게 진정한 준거집단이 될 수는 결코 없을 것입니다. 지적인 자극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방향을 이제 학교가 아닌 어디에서든 어떻게든 찾아나가야 할 겁니다.
그래서 대중에게 그저 소비되는 상품으로서의 위치보다는 창조에 대한 욕구에 눈을 뜨게 된 것이겠지요. 가수로서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 없다면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행위에서 그가 내적인 욕구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겠지요.
영화감독의 포부...
꿈과 재능 사이의 간격을 메꾸는 일은 공부하는 것만큼 성과와 보상의 메카니즘이 분명한 건 아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궁의 출연은 정훈이에게 참으로 의미심장한 일인것 같네요.
단순히 벼락스타로 뜨는 행운을 거머진다는 차원을 떠나 황인뢰라는 믿음직한 거장에게 한 수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실전 기회일 테니까요.
그래서 자질이 더 나은것도 아니면서 배역운이 따라 뜨고있는 다른 주인공들에 비해 더 욕먹고 제대로 평가 못받는 정훈이를 보는 것이 저 역시 맘이 아픕니다만 어쩌면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껏 발빠른 토끼로는 많이 살아봤던 정훈입니다. 이제 에둘러 가는 길, 거북이의 걸음을 배울 시간인게지요. 천천히...그러나 더 견고한 자신의 꿈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
그깟 반짝 인기, 돈벌이...
정훈이 스스로가 그런 것들을 얻고서도 쉽게 안주할 수 있을만한 사람은 아닐 겁니다.
본인의 내면에는 그 보다 더 근본적인 욕구, 소중한 욕구가 있음을 아마 스스로 알아가고 있겠지요.
정훈아...
언젠가는 네가 꿈꾸는 곳에서 Creator로서 우뚝 서있을 네 모습을 미리 상상해본다.
그리고 간절히 기원해본다. 네 꿈을 꼭 이루기를....
더불어 나도 너와 같은 꿈을 꾸어보려한다. 너보다 비교도 할 수 없을만치 나이를 많이 먹은 몸이지만 나 역시 같은 출발선상에서 꿈을 바라보며 뛰어보련다.
언젠가는 꿈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기를...
똑똑한 너는, 영리한 너는...
엉뚱한 곳에서 길잃지 않고 진정 잘 해낼 수 있을거야.
바다 건너 타국에서 이름 모를 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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