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부터 4일간 휴일입니다. >>ㅑ아~
미쿡에선 'Memorial Day'라고 매년 5월 마지막 월요일을 전몰 장병을 추도하는 날로 정해서, 우리 나라의 현충일처럼 기념 행사도 하고, 또 멀리 휴가도 가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멀쩡한 남의 나라에 전쟁 일으켜서 돈 버는 게 주특기인 전범 국가에서 이런 기념일을 정한다는 게 좀 비위 상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생명은 소중한 거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매일 거듭되는 숙제에 깔려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저로서는 그저 고마울 수 밖에 없는 휴일입죠. -_-
간만에 연휴라고 좀 긴 잠을 잤습니다. (12시간 정도. ;;)
근데 오퐈가 왕림을 해 주신 겁니다. 글쎄, 제 꿈에! 그것도 언제나 그랬듯이 TV 속에 계시는 걸 안타깝게 바라보는 꿈이 아니라, 쌩얼! 쌩얼을 보는 꿈... 어흑... ㅠㅠ
저는 혼자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중이었습니다. 당연히 이코노믹이었죠.
근데 스튜어디스 언니가 제게 오더니, 지난 번에 미국 가실 때 너무 불편하게 해드려서 죄송하다고(제가 실제로 미쿡 올 때 비행기 안에서 고생을 좀 했거든요. 그게 얼마나 맺혔으면 이런 꿈을. ;;;) 저에게 비지니스 클래스에 자리가 비었으니, 그쪽으로 좌석을 바꿔주겠다고 하더라구요. 이게 웬 떡이냐, 기쁜 마음으로 자리를 옮겼죠.
게다가 운 좋게도 제 양 옆으로 3개의 좌석이 다 비어 있어서, 저는 낼름 신발을 벗고, 쿠션을 4개나 베고, 담요까지 뒤집어 쓰고, 가출한 노숙인의 자세로 잠을 청했습니다. 비지니스는 자리도 넓고 의자도 푹신하고 정말 잠자기 딱 안성맞춤이더군요.
10분쯤 지났을까, 누가 흔들어 깨우길래 '밥 주나부다.' 싶어서 부시시 상체를 일으켰습니다.
근데, 4명의 건장한 사내가 원래 이 자리 주인이라며 째리고 서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그 4명의 사내는 김신X(유엔시절 초반부 맨휘저), 전재X(유엔시절 중후반부 맨휘저), 이동X(궁시절 맨휘저) 그리고 오퐈였습니다.
먼저 김신X이 말했습니다. "아줌마, 여기 원래 우리 자리야. 도대체 어디서 왔어?"
머리를 산발한 채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제가 말했습니다. "스튜어디스가 자리 바꾸라고 해서 왔어요. 전 유엔 팬 아니예요. 왜 저한테 반말 하시죠?" (팬이면 반말해도 되나? 이 뿌리 깊은 정신지체 빠순 의식. ㅡ0ㅡ)
이동X이 말했습니다. "아니, 전에 궁 촬영장에 떡 해오셨던 분 아니세요? 정훈이 팬 맞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전 스튜어디스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인데, 왜 저를 빠순이 취급하세요?"
울먹이며 고함을 쳤더니 어디선가 스튜어디스가 달려왔습니다. "손님, 죄송합니다. 저는 자리가 빈 줄 알고 옮기시라고 한 건데, 이 분들이 이륙 후에 비행기에 탑승하셔서(그게 말이 되냐? -ㅅ-) 손님을 빠순이로 오해하신 모양이네요. 손님은 그냥 앉아 계시고, 이륙 후 탑승은 불법이니까, 네 분 중 한 분이 이코노믹으로 가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속으로 '고봐라! 쌤통~ 신X이나 재X이 보내!' 이러면서, 오퐈와 나란히 앉아서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대화도 하고 열 몇 시간을 비행할 상상을 하며, 터질듯한 흥분으로 산발된 머리를 추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 오퐈가, "내가 갈게. 제일 어리니까 양보해야지. 그리고 이 분, 내 팬도 아니시라는데 내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이러면서 약간 화난 표정으로 휙~ 가버리시는 게 아닙니까?
이제 와서 팬 맞으니 내 옆에 앉으라고 할 수도 없고, 오퐈를 배시시 따라갈 수도 없고, 진짜 미치겠더이다. ㅠㅠ
같은 비행기에 타고도 싸인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버린 나의 우매함에, 어리석은 빠순이 자존심에 치를 떨며 앉아 있는데, 이번엔 전재X이 저에게 물었습니다. "진짜 정훈이 팬 아니예요? 지금이라도 안 늦었으니 함 말해 봐요. 내가 바꿔 줄까요?"
으아... 하늘을 찌를 듯한 전재X의 그 건방진 말투! ㅠ 저는 어설픈 자존심을 지키느라 또 오퐈를 부정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아니라니깐 왜 자꾸 이러세요? 그건 그렇고, 맨휘저가 뭐 그래요? 가수를 혼자 이코노믹으로 보내놓고, 비지니스에서 밥이 넘어가요?" (여기서 잠깐 저의 잠재의식을 분석해 보자면, 저는 오퐈를 아직도 '가수'로, 비행기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밥주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쨌든 저는 그의 팬임을 세 번이나 부정했고, 재판정에 끌려갔을 때 자신의 제자임을 세 번이나 부정했던 베드로를 끝까지 '나의 반석'이라고 불러 주었던 예수님과 달리, 오퐈님은 저를 버리고 그냥 가셨습니다. 님은 저를 버리고 이코노믹 클래스를 향하여 난 작은 길을 따라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ㅠㅠ
삽질 꿈인가요? 그래도 맨날 비됴나 TV속에 계시는 오퐈 보는 꿈만 꾸다가, 잠깐이라도 쌩얼 보는 꿈 꾼 건데 대박 아닌가요? 정말 정말 잠깐이었지만, 오퐈는 진정 아름답고 양보심도 많은 착한 분이셨답니다. 흑...
앞으로는 어설픈 자존심 내세우다가 대박 기회 놓치는 삽질은 꿈에서라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합니다.
그리고 제 꿈이 준 교훈, 여러분도 항상 기억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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