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거 오늘 처음봤어요 ^^;;
마클에 글 별로 안쓰고 눈팅만 하는데, 오늘 드라마방에 맘먹고 한번 올려봤죠.
정훈이 팬 오랫동안 한 분들은 당연히 보셨겠지만, 저는 이거 오늘 처음보고 가슴이 싸~해지더군요. 정훈이가 진심으로 잘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다시금 하게됐구요.
아래는 마클에 올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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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고백-김정훈 편]....가슴이 싸한게 그냥 좋네요.
궁을 보다가 율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정훈군에게 뒤늦게 푹 빠져서...요새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고 있는데, 마클 종알방 검색하다가 아주 오래 전에 올라왔던 글을 발견했네요.
정훈군이 스타고백 형식으로 어느 신문에 썼던건가봐요. 2002년쯤이 아니었을까 추측이 되는데....
어쨌거나, 잘몰랐던 정훈군에 대해 새록새록 아는 이 기분이 너무 좋아요.
스타고백 UN의 김정훈
.. 유치원 시절 짝사랑하던 여자애가 있었다.고백할 기회를 노리던 중 소풍을가게 됐다.그런데 이를 호기로 삼은 사람이 나 말고도 두 명이 더 있었다.난 ‘공주’를 지키기 위해 기사도정신을 발휘했다.결국 난 도적 같은 두 녀석을 물리치고 그 애와 친해졌다.‘TV는 사랑을 싣고’에 나간다면 찾아서물어보고 싶다.날 좋아했느냐고.
초등학교 시절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어쩌다 보니 마음에 안 드는 친구가 많았다.집에 돈 좀 있다고 거만하던 녀석들이었다.2학년 때부터 반장을맡게 돼 싫어도 애들을 이끌어야 했다.그리고 당시에 빚으로 허덕이던 우리집에 대해 약간의 열등감도 가지고 있었다.
열등감이 생긴 데는 사연이 있다.아버지는 정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태어나셨다.가세를 일으키기 위해 아버지가 택한 길은 사법고시.변변한 직장도 없이 오랜 세월 공부만 하셨다.생계는 어머니가 책임져야 했다.삼촌들학비까지 혼자서 감당하셨으니 정말 허리가 휘었을 것이다.내가 태어나기 전까지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낼 정도였으니.
초등학교 시절엔 선생님들도 싫었다.돈 있는 집 아이들만 좋아하셨다.나에게 “머리 좋은 녀석”이라고 칭찬은 하셨지만 ‘정’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소풍 때마다 오시는 학부모들을 보며 분명히 선생님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너무 조숙했나?나이에 걸맞지 않게 염세적이던 나였다.초등학교 시절엔 많은 생각을 못하며 보냈다.마음에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그러나 초등학교 졸업 후부터 공부여자 운동 등으로 내 삶은 색다른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진주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그전엔 공부에 소질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최선을 다해본 적은 없었다.두사람의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 자극이 됐다.바로 우리 형과 육촌 여자애였다.
형과 나는 열살 터울이다.형은 어려서부터 신동으로 유명했다.특히 수학의천재였다.경시대회란 경시대회는 모두 휩쓸었다.난 항상 두각을 보이는 형이 그렇게도 부러웠다.육촌 여자애는 공부는 물론 예능에도 뛰어났다.서울에서 예중과 예고를 졸업하고 지금은 서울대 음대에 재학 중이다.
이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난 정말 열심히 했다.노력의 대가였을까,항상전교 수위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형이 이상해졌다.대입시험을 얼마 앞두고 비뚤어져갔다.친구들과 어울리며 술을 마시고 공부를 뒷전으로 돌렸다.누구나 형은 서울대 최고학과에 갈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대입 첫해 형은 서울대에 낙방했다.재수를 해서 연세대에 입학했다.
형의 대학생활은 엉망이었다.술과 당구로 하루하루를 보냈다.당구 고수라고 자부하는 나도 형에게 배웠을 정도였다.형은 나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눈물을 보이곤 했다.나의 우상이던 형,가슴이 아팠다.지금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의 든든한 후견인이 돼있다.언제나 형이 고맙다.
중학교 때 노래가 좋아졌다.이때쯤 노래방이 유행하기 시작해서 친구들과많은 시간을 노래방에서 보냈다.정말로 노래를 잘했을까.친구들이 마구 추켜세워줬다.그리고 노래방에서 만나게 된 여자애들도 무지 칭찬해 주었다.
그런데 정작 나는 믿을 수가 없었다.여자애들이 내 노래를 듣기 좋아하는것은 뭔가 꿍꿍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가끔 친구들이 “너 인기짱이야”라고 말해줄 때 난 코웃음만 쳤다.나는 왜 내 진가를 몰랐던 걸까.
연합고사를 치르고 동명고등학교라는 남자학교에 진학했다.알아주는 ‘깡패학교’였다.‘깍두기’형 학생들이 많아 언제나 사고가 넘쳐나는 곳이었다.그런데 내가 들어가고 나서 명문으로 탈바꿈했다.진주 최고의 인문계학교가됐다.매년 50명 이상이 서울대에 진학할 정도였으니.
고교 시절 가장 싫었던 건 야간자율학습,일명 ‘야자’였다.정말 공부를많이 시키는 학교였다.처음에는 밤 10시30분까지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12시로 시간을 늘렸다.거기다가 성적우수자를 모아 만든 특별반도 있었으니 난3년 동안 완전히 ‘공부하는 기계’였다.
2학년 땐가 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이유도 없었다.자꾸만 가슴이 답답해지고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병원,한의원 안가본 데가없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그러던 어느날 난 우울증의 해방구를 찾아낼 수 있었다.바로 축제였다.매년 여름에 열리는 우리 학교 축제의 꽃은 ‘미스 동명’이었다.미스코리아대회와 같은 형식의 행사다.다만 여장남자가 주인공이라는 게 다를 뿐.
난 큰 맘을 먹고 출전했다.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생각했다.결과는 ‘진’.섹시함이 마돈나 저리가라 할 정도였단다.난 단박에시내까지 이름을 날리며 인기스타가 됐다.한참 동안 인근 여학교 학생들의팬레터가 잔뜩 쌓이기도 했다.이후부터 학업에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시간은 흘러 97년 말 수능시험을 치렀다.380점을 약간 넘었다.깜짝 놀랐다.예년 같으면 전국수석을 할 점수였다.이유는 시험이 쉬웠던 것.지망하던 서울치대의 합격을 자신하지 못할 점수였다.그래서 경희대 한의대에도 원서를냈다.
경희대에서 먼저 발표가 났다.결과는 불합격.태어나 처음으로 겪은 좌절,그날밤 난 술을 엄청 퍼부었다.별 생각이 다 들던 잊지 못할 밤이었다.
경희대 낙방,서울대는 꿈도 꾸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재수생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서울대 합격자발표가 있기까지 며칠간 악몽의 나날이 계속됐다.
서울대발표가 나고 참담한 마음으로 치의예과 합격자 명단을 봤다.그런데이게 웬일인가.내 이름이 있었다.눈물이 흘러내렸다.가족,친구들 모두 놀랐다.합격의 변수는 논술이었다.서울대는 논술반영폭이 경희대보다 작았다.난참 글을 어지간히 못썼는가 보다.드라마 같은 일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식날 여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시켰다.그애에게 고기쌈을 싸서 입에 넣어줬는데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다.“자식 키워봐야 아무 소용 없다”고.서울에 온 후 그애와 곧 멀어졌다.둘 다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진주와 서울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큰 모양이다.
나의 대학생활,두 글자로 줄이자면 ‘엉망’이었다.공부에 흥미를 느낄 수없었다.내가 제일 싫어하던 과목은 영어와 화학이었다.그러나 1∼2학년 동안 우리과 교재의 대다수는 영어로 된 화학책이었다.
공부 대신 당구로 패권을 장악했다.형에게 배운 당구,내 실력은 관악산 꼭대기에 걸려 있었다.대학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내 친구들은 “그래도 정훈이넌 당구는 잘 치잖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98년의 어느날 롯데월드에 놀러갔다가 노래대회에 나갔다.결과는 결선 탈락.그런데 이후로 매니저,감독이라는 사람들의 연락이 줄을 이었다.그 중 수현 형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참 좋았다.그의 권유로 난 가수를 생각하게 됐고 임창정 형이 있는 천일음반에 전격 영입됐다.
99년 초부터 난 가수가 되기 위한 지옥훈련에 돌입했고 이듬해 3월 정원이를 만나 7월 UN의 데뷔앨범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난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최고의 가수도 되고, 학문적으로도성공하고 싶다.그래서 날 지켜보는 모든 분께 실망을 드리지 않을 것이다.팬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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