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90년대 후반 한국영화가 붐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판도가 갑자기 커졌다. 갑작스런 성장에 당연히 여기저기서 '배우가 모자란다'는 아우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영상서사에서 극본과 감독의 연출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 여기에 살을 입혀 관객들을 만나는 이는 배우이다. 따라서 핵심이 되는 배우가 모자란다는 것은 영화계로서는 치명적인 일.
이때 영화판이 새로운 배우를 찾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은 연극무대였다. 설경구, 최민식, 황정민, 박해일, 유오성 등 연극무대 위에서 단련된 배우들은 영화의 조역, 단역부터 시작해 그 존재감을 인정받으며 주연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들 배우들은 기본기가 충실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관객들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주면서 마침내 영화계에 우뚝 섰다.
문제는 이렇게 영화계가 성장하면서 겪는 배우 기근 현상을 현재의 TV 드라마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다는 데 있다. TV 드라마는 이런 배우 기근현상의 해법을 가수에서 찾고 있다.
대중 가요는 누가 침몰시켰는가?
90년대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대중가요 시장이 MP3, 인터넷 공유 음원 사이트 등으로 침체되면서 가수들이 롱런하기 위해 연기자로 데뷔하는 케이스가 많이 생겼다.
또한 이미지 메이킹과 마케팅으로 스타를 만드는 시대에 연기자로 TV에 더 많이 비춰지는 것이 엔터테이너로서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또 수입원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대중문화 마케팅 논리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알려지지 않은 신인보다는 일단 대중들에게 인지도가 있는 스타를 끌어들이기를 원하는 TV 드라마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가수들의 TV 브라운관 진출이 활발해졌다.
'신화'의 에릭, 김동완, 비, 정려원 등이 비교적 쉽게 TV 드라마에 안착했고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는데 성공했다.
물론 TV 브라운관에서 혹독한 비판을 감수한 가수들도 있었지만, 가수 입장에서는 드라마로 잠시 타격을 입는다 해도 곧 새로운 음반 활동으로 리스크를 극복할 수 있기에 크게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가수들의 TV 브라운관 유입은 이미 굳어진 대세
이런 대세에 따라 2006년에도 가수들의 TV 브라운관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가장 앞장 선 것은 MBC. MBC는 내년 상반기 드라마에서 유독 가수 출신을 주연으로 기용하는 파격을 시도하고 있다.
MBC 드라마국 제작진이 "사활을 걸었다"고 입을 모으는 일일 드라마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극본 정현정 연출 이태곤)는 가난한 법대생 남자 주인공으로 가수 홍경민을 기용했다.
또 인기만화를 원작으로한 수목드라마 '궁'의 경우 윤은혜와 김정훈이 주연을 맡는 것으로 알려지자 캐스팅단계부터 격렬한 찬반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월화 드라마 '늑대'의 주연은 에릭으로, 그리고 주요 여자 배역은 에릭과 같은 소속사인 샤크라 출신의 은이 기용되었다.
인기가수들의 드라마 캐스팅은 연기력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시청자들에게 다소 신선한 느낌을 제공하고, 때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방송사로선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이같은 가수들의 연기시장 진출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히 시청자 가운데는 조역부터 찬찬히 자신의 연기를 쌓아올려간 정통파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자하는 시청자들도 적지않다.
영화산업은 시장이 커지면서 배우 기근과 콘텐츠 기근의 해법을 연기의 본류인 연극판을 뒤지는 치열한 모험을 감행했다. 그리고 그 모험의 결과가 현재 한국영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TV 드라마가 한류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시장이 커지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배우 기근과 콘텐츠 기근을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지켜볼 일이다.
/석현혜 기자 actio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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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거미줄 걷고 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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