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메모장에 붙여놓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생활 오래 하다 보니 가끔은 요령이 절 살립니다. ㅋㅋㅋㅋ
이 후기를 기다리신 노망 식구들과, 미국에서 안달난 바까 언니께 바칩니다.
예정한 집결 시간보다 아주 조금 빨리 도착했더니 바로 이름과 회원증 확인을 하더만요. 그래서 회원 확인은 했는데 표는 안 줍디다. -_-;; 그리고 넓지 않은 실내에 많지 않은 팬의 무리들이 쭈그려 앉은 낯익은 행렬... 예정대로 2시 30분이 되어서야 좌석을 지정한 티켓을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의문.
1. 왜 그럼 애초 처음에 회원 확인은 한 거샤? 그때 확인을 하덜 말든가, 표를 그때 아예 주든가. -_-;;
수도권 회원을 대상으로 자리 배치가 끝나고 나자 우대석 티켓 배부가 시작됐습니다.
2. 아니,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샤? 좌석을 가지고 무슨 예술을 한다고??
어쨌든 힘들게 표를 받아 챙겨서 뱃속을 채우고 돌아오니 4시 30분을 좀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행사 공지 때엔 4시부터 입장한다고 했으니까 입장이 시작되었어야 맞는데, 거지처럼 웅성거리며 행사장 바깥에서 유리 안의 세계를 훔쳐봐야 했습니다. -_-
3. 자리 배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바깥에 세워두는 고야?
4. 팬이 아주 많이 뻥튀겨봤자 3백 정도 왔는데 촬영 카메라는 왜 그렇게 많이 온 거샤? (전경 찍으면 뽀록나서 우리 사슴 가오 상하는데...)
5시가 넘어서 안에 들어갔더니 뭔가 음향을 맞추고 무대 세팅을 하고 뭐 간단히 리허설을 하면서 우왕좌왕 많이 바쁜 모습이었습니다. 야광봉을 구입과 물품 배부를 하겠다고 몇 번 힘들게 안내를 하더니 야광봉만 팔고 물품은 못 나눠주더군요. 행사 시작 시간이 됐는데도 계속 궁 드라마 오에스티만 줄창 틀어대서 아주 귀따가웠슴다.
박지윤의 '난 사랑에 빠졌죠' 음악으로 만든 사진 뮤비(이젠 팬들이 너무 많이 잘 만들기 땜에 약간 식상...)가 끝난 후 오늘의 진행자 장동민 씨가 나와서 분위기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장동민 씨 솔직히 무관심했는데, 오늘은 열심히, 때때로 재밌게 잘 해주셨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난 쓰레기니까" 같은 자학 개그가 캐맘에 듬;;) 그렇지만요, "왕자님!"이라고 부르라고 지시한 건요... 전요... (눈물)
그리고 주인공 김정훈 씨가 등장했습니다. 이주영 수트(이 수트는 좋아하지만)에 이너를 검은 가로 스트라이프 니트로 입었어요. 개인적으로 이너가 마음에 안 들어서 도저히 좋은 점수 못 주겠다규! 깊이 파인 점 하나 마음에 들더군요. 역시 목에는 율목걸이. 인사를 하고 나서 처음 부른 노래는 궁 오에스티의 '당신은 나는 바보입니다'였습니다. 1절과 2절에서 첫 소절을 놓치는가 하면, 음정이 흔들려서 빈말로라도 명창이었다고 못하겠습니다만, "주인공 커플의 사랑을 노래하는 듯한 메인 테마는 별로였다"는 그분의 말씀은 삐딱한 제 마음에 한 줄기 단비였습니다.
그리고 뭐 했지? -_-;; 음.. 케이크 절단... 케이크에 꽂은 초를 콧바람으로 끄라는 요구에, 약간 난처해하면서도 응했습니다. 그래도 콧바람으로 끄는 포즈 중에서는 가장 왕자다운 포즈였습니다. -_- (약간 오만한 콧바람)
이 뒤부터는 영 기억이 뒤죽박죽인데, 알아서 들어주시고 댓글로 수정 바랍니다.
김연우 씨가 축하사절로 첫 등장 했습니다. 김정훈 씨 라디오를 통해서 알게 된 가수지만, 이분 노래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호기심이 동했는데 비주얼은 무척 약하시더군요! '사랑을 놓치다' 영화의 주제곡을 잘 불러주셨습니다. (아까 김정훈 씨 노래가 시원치 않았기에 캐비교됨)
김정훈의 두 번째 곡은 '별이 진다네'였습니다. 어떤 용도가 있는 듯, 새롭게 편곡한 엠알 반주였어요. 일본 앨범과 관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노래에 익숙하지 못한 티가 났지만 첫 곡보다 나았습니다.
웃도리를 벗으니 진동 부분에 까만 줄이 둘러져 더욱 난감한 니트의 전체 디자인이 드러났습니다. 몸매는 조금 튼실해진 듯합니다.
기본으로만 만든 케이크에 아이싱을 얹어 완성해서 팬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였는데, 제가 앉은 근처에서 줄줄이 복권 타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일곱 명의 팬들이 케이크 조각과 함께 폴라로이드 기념사진을 쟁취했습니다. 이 순서 뒤에 김정훈 씨가 누나의 두 딸내미를 무대로 불러서 농치고 사진 찍는 가족 타임을 가졌는데, 안타깝게도 둘째 조카가 김정훈 씨 별로 안 따르더군요. -_-;; 우리의 꽃사슴을 그렇게 거부한 여자는 처음일 거예요. 김정훈 씨는 거의 "이런 여자 처음이야!" 하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진 않았고, 꽤 난처해하면서 절망, 발끈하는 눈치였습니다. 오늘 가족석은 누나와 누나의 두 딸, 누나 친구와 누나 친구 아들,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또 누구 왔나? 하여간 바글바글 그 자체였어연. 돌연변이 김정훈과 비슷하게 생긴 가족은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베일에 가려진 형님 꼭 보고 싶구만.
케이크 만드는 순서에서 김정훈 씨는 귀여운 분홍 앞치마를 둘렀고, 두 손을 자유롭게 쓰기 위해 헤드폰형 마이크를 착용하였으나, 거지 같은 음향 문제로 자꾸 잡음이 들려 결국 그 마이크를 떼냈습니다. 이때부터 음향 문제는 계속 행사 끝까지 진행을 방해하더군요.
5. 아니, 그렇게 줄창 음악을 틀어대며 음향을 점검하던 깜장티의 프로페셔널들은 어떻게 된 거니? 도대체 너희 뭐 하러 왔니?
중간에 쉬는 시간엔 영상을 또 방영하였고 화장실은 금지였슴다. 젠장, 오줌 마려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제 후기가 까칠한 것은 자연의 부름에 순응하지 못한 탓도 있소이다.
2부가 시작할 때엔 새로운 게스트가 왔습니다. 김경호 락커셨는데, 두 곡을 아주 열창하셨어요. 김경호에 대해서 어떤 감정도 없는데 무대를 즐기게 하는 그 파워는 김정훈이 가수 활동을 아예 때려친 게 아니면 좀 배웠으면 싶더군요.
2부 의상은 흰 티에 흰 조끼, 그리고 연한 색 청바지였슴다. 연한 하늘색 바지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선물을 확인하는 순서에선 백합갤의 스쿠터가 역시 화제였습니다. 처음엔 정말 뜬금없고 재미없다고 생각했었는데, 레이싱걸에 김정훈 씨를 합성한 입간판이 본편에선 재미있는 소재가 됐어요. (옆에서 그 여자 포즈를 따라할 때는 정말 재밌었어) 스쿠터 타보라는 강력한 요청에 자전거처럼 뒤에서 밀면서 무대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만, 빨리 면허가 있어야 할 텐데...
그리고 팬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벤트를 벌일 때 영화배우 정운택 씨가 또 초대손님으로 같이 왔어요. 술 마실 때 얘기를 하는데, 아침까지 퍼먹고 만취 상태로 순대국집에 가서 정운택 씨가 김정훈을 일으켜서는 손님들한테 "누가 더 잘생겼냐"라고 물었다는 믿지 못할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되었습니다. 팬의 리퀘에 따라 아주 짧은 짱구댄스도 선보였습니다.
음향 때문에 노래를 뒤로 미루고, 라디오 시절을 재현하는 어설픈 코너를 하나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랑하기 때문에'(원래 '사랑할수록'이 아닌 이 노래를 극중에서 부르려 했다는 설명), 그리고 '암연' 부르고 쫑. 이 두 곡은 1부와는 달리 아주 잘 불렀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라진 뒤에도 붙잡아 놓고 영상을 틀어주길래, 빠져나갈 시간을 주려나 했는데, 이 뒤에 반전이 있었습니다. -_-
행사 내내 터질 듯한 방광을 부여잡고 있던 여자팬들이 화장실 앞에서 북새통을 이룰 때 일이었지요. 저 역시! 꼭 싸야 한다는 일념을 가지고 그곳으로 갔는데, 이미 사람들이 많길래 잔머리를 써서 '이렇게 여자들만 있는 데에서 남자 화장실을 쓴들 어떠리' 싶어 바로 옆에 있는 남자화장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작은 남자 큰 남자 두어 명이 실내에 있더라구요. 그래서 어익후! 하고 재빨리 철수하는데, 제 옆으로 카키색 면티를 입은 남자가 쌩 지나쳐 그 남자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었어연. 뒷모습이 아무래도 그분 같아서 긴가민가 보다가, 화장실을 들어간 후 문이 반동으로 좀 열린 사이를 제대로 보니 변기 앞에 자리잡으며 고개를 이쪽으로 돌린(오해 마삼. 지퍼에 손댄 동작 아님) 김정훈 씨가 보이더군요. 아아... 아아.... 정말 수십 명의 여자 팬들이 포위한 화장실에 들어간 우리 꽃사슴. 사냥꾼 엠티에 잘못 뒤어든 꽃사슴마냥, 정말 안타깝더군요. 제가 정상적으로 줄을 서서 화장실을 다 이용하고 나온 후에도 꽃사슴은 남자화장실에 감금된 상태였습니다. 모두 눈을 빛내며 꽃사슴이 화장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고, 임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촬영하시면 안 된다"를 외치며 불안해하고 있었고. ㅋㅋㅋ
어떡해, 가엾어라. 못 나오고 거기서 살림 차려야 하나 (사실은 즐거워하며) 관찰하고 있던 차에, 갑자기 아까는 없던 야구모자를 푹 눌러쓴 김정훈 씨가 존나 빠른 발걸음으로 돌파하시더군요. 그때 사진 성공하신 분 꼭 있었음 좋겠습니다. 대박입니다.
문을 나와 차가 세워진 곳인 듯한 쪽으로 향하는 그분을 따라 이동하는 여인들의 무리에 붙지 않고, 어둠의 정훈노망 멤버들은 그냥 갈길을 떠났습니다. (팬클럽 물품인 뜬금없는 머그컵은 몰아주기 식으로 처분하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창단식은 2기 가보고 사정상 못 가본 관계로, 오랜만의 행사라 나름 신선한 재미를 군데군데 느꼈지만, 자기가 연예인이 된 것처럼 매니저가 나대는 건 참 싫어요. 그리고 미디엄 템포라도 조금만이라도 빠른 곡을 하나 불러주는 센스를 갖춘 김정훈 씨라면 더 좋겠습니다. (물론 네 취향 그런 건 자알~ 알어)
오늘 마지막 무렵에 그런 얘길 하더군요.
자기 걱정해주는 거 알고 있다고. 걱정 말라고.
솔직히 걱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도 걔가 알 만큼 더 철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곳에 함께했던 동지 여러분도, 마음만 보냈던 여러분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김정훈 씨도요. 매끄럽지 못했던 진행은 팬심으로 잘 봐줘야 하겠지만, 언젠가는 저희도 '이준키' 같은 제대로 된 팬이벤트를 즐겨볼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프로다운 세팅이 아쉬운 행사였습니다.
- 오류 지적 캐환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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