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극 '마녀유희' 김정훈, 비열함 무장…욕 먹을 준비 레디 고!
김정훈의 미소에 이면이 엿보이기 시작한 것은 그의 이름 석자 앞에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자리를 잡은 시점부터였을 것이다. 그룹 UN의 멤버로 무대를 누빌 시절만해도 김정훈은 구김살 없이 방글방글 잘 웃는 미소년 가수로만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빅히트를 날린 MBC ‘궁’에 ‘율’ 왕자로 나온 그는 웃고 있지만 그 뒤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참고 있는 것 같은 스산한 미소를 머금었고, 세간에 김정훈이라는 익숙한 존재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궁’에서 ‘채경’ 윤은혜의 등만 줄곧 쳐다보며 마주보지 않는 사랑에 아파하는 그의 창백한 이미지를 열혈 시청자들은 ‘백합왕자’라는 애칭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지금, 김정훈의 미소가 다시 한번 빛깔을 달리한다. 3월 중순 ‘외과의사 봉달희’ 후속으로 방송을 타는 SBS 새 수목드라마 ‘마녀유희’(김원진 극본, 전기상 연출)에서 그가 야망을 위해 사랑을 가장할 줄 아는 의사 역으로 비열한 미소를 날리는 것이다. 이 배역의 나이는 30세이고, 김정훈의 실제 나이는 만 27세다. 생애 첫 악역을 받아들고 30대를 미리 경험하는 김정훈의 새로운 도전기를 미리 들여다봤다.
▲내 안에 내가 너무 많다.
인터뷰 장소에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김정훈은 드라마 배역에 맞춘 의상 컨셉트라고 설명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이른바 각을 딱 잡은 채 능숙하게 포즈를 취했다.
정장 차림이 제법 익숙해 보인다고 한마디를 던지자 그는 “아니에요. 제일 좋아하는 옷은 트레이닝 복인 걸요. 평소에는 무릎이 툭 튀어나온 트레이닝 복도 개의치않고 입고 돌아다녀요”라며 씨익 웃었다.
연기자는 자신과 똑 닮은 배역만 맡을 수 없고, 또 그래서는 연기하는 재미도 없을 것이다. 김정훈 역시 낯선 결의 배역과 만나는 과정을 즐기고 있다. ‘궁’의 ‘율’ 역에 관해 ‘버림받은 캐릭터였다’고 정의한 그는 “방송이 끝난 뒤 ‘율’의 우울함을 벗어던지지 못해 불면증에 시달리고 뭐든 부정적이고 삐딱하게 보는 후유증을 겪어야 했어요”라며 “당시에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우울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몰랐던 나를 안 것 같아 고맙고 신기해요”라고 말했다.
좀 뜻밖이다 싶은 ‘마녀유희’의 악당 역 역시 그같은 모험심으로 ‘오케이’를 외쳤다. 가난한 고학생 출신의 유능한 전문의로 병원 원장의 딸과 약혼했다가 파혼하고, 여주인공인 한가인 역시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이 배역은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톡톡히 먹을 전망이다.
“배역과 저의 교집합이요? 벌써부터 많다고 하면 제가 너무 얄미운 사람 같잖아요. 하지만 배역에 대해 납득하지 않고 연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아마 내 안의 많은 나 가운데 어떤 부분을 끌어내야 겠다고 작심하고 있어요.”
이 드라마에서 의사 역을 맡는 것과 관련해 김정훈은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자퇴한 것과 연관을 짓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오랜만에 의사 가운을 입는 기분이 각별한 것이라는 추측에 따른 궁금증이다.
“의사가 되지 않고 현재의 길을 선택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후회가 없고요. 아직 하얀 가운을 입고 촬영해보지 않아 어떤 기분이 들 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팬들이 제가 가운 입고 연기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어 했어요. 그같은 바람을 이번에 풀어드릴 수 있다는 점만큼은 흡족해요.”
20대 초반만에도 아침까지 술을 마시는 게 거뜬했지만 이제는 체력이 부쳐 절대 무리해 ‘달리지 않는다’고 웃는 그는 눈 깜짝할 사이 불어난 자신의 나이를 귀엽게 한탄하면서 딱 30세로 설정이 된 이번 배역이 실제로도 30대를 준비하는 좋은 계기로 작용하기를 희망했다.
“제가 1980년 1월 생이라 한살 많은 1979년생들과 친구로 지내거든요. 그런데 요즘에는 한 살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팔공(80)’임을 힘주어 말하고 있어요. 30대가 된다는 것은 아직 제게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 일인데 이번 드라마가 리허설이 되겠죠."
▲더 넓은 세상으로 한걸음 더
김정훈은 ‘마녀유희’로 1년여만에 안방극장을 찾는 한편 2007년 내내 국내외에서 숨가쁘게 달릴 예정이다. 지난해 ‘궁’을 끝낸 뒤 일본 도쿄에 콕 박혀 음반을 준비하고, 연말에는 도쿄 시나가와 등지에서 콘서트를 열어 암표가 나돌 정도로 호응을 얻은 그는 일본의 포니캐년사를 통해 이달 28일 정식으로 싱글 앨범을 발표해 일본 진출을 본격화한다. 그룹 UN은 해체했지만 가수 김정훈의 달리기는 오히려 해외에서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일본 뿐 아니라 중국, 태국 등지에서도 가수이자 연기자로 만만치않는 유명세를 타고 있는 터라 올해 중국의 대작 드라마 출연 등 굵직한 스케줄도 예정돼있다.
지난해 한 달에 몇번이고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나들었던 김정훈은 “힘들면서도 즐거웠어요. 한국에서는 숨어지내는 편인데 외국에 가면 한결 자유롭게 제 자신을 발산할 수 있으니까요. 책임감도 느끼고, 부담감도 들지만 넓은 무대를 경험하며 한국을 알린다는 것은 뿌듯한 일이에요”라고 스스로를 대견해 했다.
글 조재원,
사진 노정이객원기자 otaku@sportsworldi.com
[SW확대경]김정훈이 바라보는 멀티맨, 같은 시기에 음반 활동·연기 병행은 자제해야
연기 겸업 가수, 혹은 만능엔터테이너의 존재가 일반화한 가운데서도 여전히 여러 우물을 한꺼번에 파는 이들에 대한 시선은 엄격하고 예민하다.
현재도 연기력이 떨어지는 가수 출신 탤런트에 대한 따가운 공격이, 일반 신인탤런트를 향한 그것보다 더 가혹하게 이뤄지고 있다.
가수로 데뷔했다가 연기자로 영역을 확장했고, 아직 솔로가수로 국내 활동을 본격화하지 않았지만 그럴 계획이 분명하게 있는 김정훈은 분명 만능엔터테이너 군에 속한다.
그 역시도 이러한 냉정한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훈은 양 분야를 오가는 것에 대해 “영역을 한정 짓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같은 시기에 음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는 일 만큼은 자제하는 게 좋아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같은 생각은 순전히 경험에 따른 것이다. 김정훈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일도 일종의 연기이자 연출이지만 노래와 연기는 별개의 영역이고 전혀 다른 집중력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것을 체감해왔다. 때문에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진행하면 어느 쪽에도 100%의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믿는다. 김정훈은 “연기와 음악 모두 소중하지만 앞으로도 무리하며 양쪽을 욕심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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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함으로 무장했으나 머리는 NRG 1집 시절 노유민을 연상시키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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