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을 늦게 시작하는 관계로 하루종일 *노망*을 둘러보며 희희낙낙하고 있죠!
그런데 저밑에 바까님이 병상일지를 쓰라고 하신걸 보고, 며칠전 갑자기 새벽에 글빨이 올라서 쑥스럽지만 애기들 보라고 유니카페에 올린글이 있는데, 저의 병세를 짐작하실 수 있도록 여기에 베껴놓으려 합니다.
이미 읽으신 분들있으시면 양해하시고, 좀 길어도 용서 하시길...
내가 정훈을 알게된 건 작년의 일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줄곧 직장 생활에, 대학원 공부에, 지난 몇년간 TV도 라디오도 대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
쉬는날 하루도 없이, 명절도, 여름 휴가도 없이 바쁘게만 지내던 나는 2002년 여름, 월드컵이 끝나가던 때쯤, 일산가는 자유로에서 정훈의 노래를 처음으로 들었다.
운전할때 조는 버릇이 있던 나는 그날도 새벽까지 강의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이었다.
평소에 즐겨듣던 씨디가 아닌, 잘 듣지않던 라디오를 켠건 역시나 졸음을 쫓아보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때 라디오에선 정말로 듣기좋은... 그러니까 뭐랄까! 그렇게 사랑스러운 노래는 난생 처음이었다.
잠이 확깨고 심장이 쿵쿵거렸다. 이게 무슨 노래일까! 귀를 쫑긋 세우고 DJ의 곡 소개를 들었는데..
**유엔의 선물**
다음날 아침, 음반 가게가 문도 안열었을때부터 지키고 있다가 씨디를 샀다.
사실 겉페이지나 이쁜 쟈켙 사진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간밤에 *선물*에서 들리던 정훈의 노랫소리가 천상의 소리처럼 귀에 맴돌아서 견딜수가 없었다.
아픈 사람이 약봉지를 뜯는것처럼 다급히 씨디를 귀에 꼽고선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선물*에 빠져있다가 그 앨범에 있는 다른 노래들도 들어보았는데, 어쩌면!!! 버릴 노래가 하나 없이 다 좋았다.
UN? 뭐 이런게 있나 싶었다!
그 당시엔 정말 잠잘 시간도 없이 바쁜 나날들이었지만 그앨범을 진짜 한 천번은 더 들었을 것이다.
이쯤되자 슬슬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도데체 이게 뭘까? 왜 이 목소린 내맘을 잡아끄는걸까 !?
왜 들어도 들어도 새롭기만 한걸까? 그길로 인터넷으로 UN을 검색해 보았다.
세상에!!! *선물*은 2집이고 1집도 있는게 아닌가?
2명의 미소년으로 이루어진 그룹 UN : 누가 정훈인지 누가 정원인지도 그때 처음 알았다.
남들은 이미 다 알았을 UN1집을 사서 듣는데 내게는 전부 신곡뿐이었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물으니 내 친구들은 UN도 알고있고, 보이스메일이랑 평생은 꽤 인기도 있었다고 하는게 아닌가!... 나만 그런걸 모르고 살았다니... 그 세월이 너무 아까웠다.
내가 무슨 원시시대에 살다온것만 같았다.
그때부터 인터넷을 이잡듯 뒤지며 UN의 1,2집 때의 지난 활동과 프로필, 그리고 모든 TV프로를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UN이 3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나는 정훈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더할 나위없는 외모에, 완벽한 학벌에, 한없이 부유하게만 보이던 정훈!
하지만 그가 우리에게 온 까닭이 - 남들이 그렇게 오해하듯 - 세상이 시시해진 천재가 재미삼아, 또는 철없는 나르시스가 단지 튀고 싶어서 안달나서가 아님을 알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부족할것 없이 보이는 그가 왜 데뷔하게 되었느지를 이해하게된 계기가 있었다 :
그의 어머니가 출연하셨던 TV프로에서 그는 대학 입학후 과외로 번 돈을 다 못드려 죄송하다며 울컥하더니 내내 슬피 울고 있었다.
과외를 3개나 한다는 것.. 더군다나 공부의 과중이 심한 치대생이...
들어오는대로 마다않고 어쩌자고 과외를 3개나 했을까? 하지만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나 역시 너무 바뻐서 커피를 사약처럼 진하게 들이키면서도 과외가 들어오면 새벽 시간도 마다않고 꼭 한다는것... 정훈의 이유가 나와 같다는것...을 깨닫고 난 그에게 동지애를 느끼며 한없는 지지를 보냈다.
갓 데뷔했을때부터의 그의 활동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이렇게 많이 활동하려면 공부랑 병행하기 참 힘들어겠구나!라는 느낌으로 그를 알아가던 올해 초에는 사건들이 줄지어 터져나왔다.
가슴 아팠던 학교 문제, 그때 하필이면 눈까지 다쳐서 퉁퉁 부은 얼굴로 스케쥴 다 소화하던 일, 그를 들쑤셔대던 스캔들, 속상하고 그에게 쏟아지던 비난의 화살을 거둘 수만 있다면 하고 바랬던 일들이 생각난다.
그땐 정말 그가 우리에게 오려고 너무 많은 것들을 잃고 있다는 생각에 한없이 안쓰러울 뿐이었다.
그래도 그는 모든걸 이겨내고 노래했고, 지금도 새로운 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당당한 자신감으로 어떤 일도 잘 해낼꺼라는 믿음을 준다.
내 마음속에서 날마다 날마다 점점 더 이뻐지는 우리 정훈이!
한때는 그를 생각하면 속이 상하고 가엽고 왜 좀더 빨리 슈퍼스타로 키워지지않는지 안달난 적도 있었지만 이렇게 한발 한발 급하지 않은 걸음으로도 어느새 거듭 성장하고 있는 그가 있기에 참 행복하다!
작년 여름, 늦었지만 그를 알고 난 이후의 세상이, 힘들어도 선물처럼 설레고 가치있는 것으로 느껴지는건... 세상에 내려진 귀한 선물같은 나의 정훈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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