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이여, 우리가 간다!'
무대는 더 이상 넓지 않다. 무대 밖에 또 다른 무대가 있다.
이를 향해 가수들이 대거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무대는 스크린. 가수들의 스크린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제각각 신세대들의 취향과 기호에 충실한 이미지로 스크린 장악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연기검증이 돼 있는가'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찮다. 과연 가수들은 배우 기근에 시달리는 충무로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최근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효리는 영화 <삼수생의 사랑이야기>(제작 튜브픽쳐스)로 영화에 도전한다. 이 영화에서 이효리는 음대 진학을 꿈꾸는 삼수생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미대생 역을 맡아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낼 예정이다.
그룹 NRG의 이성진은 내년 1월 개봉될 예정인 코미디영화 <어깨동무>(감독 조진규·제작 CK픽쳐스)에서 유동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어설픈 로커로 출연 중이다. 이성진과 '주접 브러더스'를 이뤘던 신화의 김동완도 <돌려차기>(감독 남상국·제작 씨네2000)의 주인공으로 낙점돼 가수들의 영화배우 변신 바람에 합류했다.
★남성 듀오 UN의 김정훈은 영화 <호텔 코코넛>(감독 이규형·제작 이규형 시네마)으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80년대 전방의 군생활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이병 역을 맡은 김정훈은 최근 '삭발식'을 치르며 스크린 데뷔신고를 했다.★
윤종신도 지난 24일 개봉된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감독 용이·제작 이손필름)로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었다. 이 영화의 음악감독이기도 한 그는 도서관 사서 역을 맡아 맛깔스러운 연기로 영화에 재미를 더했다. 이 외에도 많은 가수들이 스크린에 진출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으며, 실제로 제작준비 중인 많은 영화에 가수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처럼 가수들이 대거 스크린 진출을 꿈꾸게 된 것은 한국영화 제작환경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우선 한국영화 관객 증가에 힘입어 국내 영화의 제작편수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런 수요를 뒷받침할 만한 주연급 연기자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충무로는 그동안 주연급 후보 배우를 열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배우 기근에 시달려 왔다. 대부분의 영화는 관객동원력과 투자유치력을 갖춘 톱스타급 배우를 선호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자연히 스타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톱스타급 배우들은 거꾸로 출연편수를 줄이고 있어 '배우난'은 악순환의 꼬리를 문 지 오래다.
또 한국영화 관객층의 연령이 20대 초반에서 10대 등으로 확장된 상황도 다양한 배우를 요구하는 추세를 이끌어냈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들의 배우 변신은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하며 신선한 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화 <돌려차기>의 제작사인 씨네2000 김복근 제작이사는 "신세대 가수들은 영화의 주요 관객층으로 등장한 10대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주연배우가 부족한 한국영화계 현실에서 배우층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분석한다. 김이사는 또 "다만 인기만을 이용해 영화출연을 하는 것은 문제다. 연기자로서의 자질이 우선 검증돼야 할 것이다"고 덧붙인다.
강종훈 기자 double@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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