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지막으로 쌩으로 김정훈 씨를 본 것은 벌써 몇 달 전이여... DMZ 팬시사회가 있었던 때이므로, 굉장히 오래됐습니다. 갖가지 무리수를 딛고 이번 대천 프로젝트를 달성하게 도와주신, 회사의 팀장님 및 환상적인 날짜 결정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쨌든, 어제 일을 마치고 4시쯤 열차에 올라 약간의 연착을 해주면서 대천역에 도착했고, 그 길로 바로 대천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도착할 무렵 공연(및 녹화)이 시작되고 있었고, 숙소의 체크인을 하러 다녀와서 8시 20분쯤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어요. 무대 정말 조그맣던데요, 괜히 쇼킹엠이나 쇼탱의 지방특설무대의 사이즈를 생각하시면 잠깐 당황하실 정도로... ^^;; 모래밭에 퍼질러 앉게 되어 있는 객석도 무대와 비슷한 사이즈였습니다. 하지만 뭐 여러 가지 열악한(?) 상황 덕에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뒤섞인 객석은 파고들기가 쉬운 구조였다고나 할까요, 무대가 잘 보이고, 앉기 편한 시멘트 계단이 있는 지점에 잘 착석. 유니와는 떨어져 앉았습니다. 다른 성인 팬카페에서도 세 분 정도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출연가수 중 제가 아는 이름은 오직 카사앤노바, 서문탁, 유엔뿐이었습니다... 특히 1부는 확실한 성인가요로 편성되어 있었는데, 이건 후기와 별 상관없는 얘기지만 왁스보다 훨씬 멋졌던 박주희 씨, 그리고 처음에 등장했을 땐 부끄러워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흰 정장에 중절모 의상으로 강성범 닮으신 소명 씨, 무대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너무 열광해서 일행들이 되게 창피해하더군요.. -_-;;
그리고 사회 보신 분, 그쪽 지역사회에선 꽤 명망이 있으신(지 어떤지 사실은 모르나) 분이신 것 같던데, 저 이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생긴 것과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모두가 참기 힘들 정도로 역겨운 분 첨 봤습니다. 그분이 나와서 말하면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어요. -_-;;
시간 계산이 잘못됐는지, 신세대 가수가 편성된 2부가 시작할 무렵은 원래 예정대로라면 거의 공연이 끝났어야 할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예정대로 착착 가수들이 무대에 올랐죠. 이쪽에서 또 한 번 진심으로 즐겼던 공연은 단연 카사앤노바의 공연... 아주, 귀엽더군요. 사진까지 찍어버렸습니다. 제가 유엔에서 카사앤노바로 변심하면, 제 시력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듣게 될 것 같아 변심까진 안 할 거지만 개인적으로 지켜볼 생각. 트렌스젠더로 유명한 그룹 레이디 구경도 하고, 오랜만에 촌스러운 빠순이 재밌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즐기려 해도, 라스트를 장식할 유엔은 기다리기 너무 힘들었어요... 서문탁이 나왔을 때엔 "드디어!"라는 생각에 긴장해서 떨리기까지 하더구만요. 진짜~ 아우웅~~
어떻게 무대 뒤로 숨어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 서문탁이 들어가고 나서 드디어, 김정훈 씨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콧구멍만한 무대를 환하게 밝히며... 의상은 음캠에 나왔던 흰 재킷에 분홍 셔츠(고대로 튄 듯)였는데, 죄송해요, 저 그때부터 살짝 돌아서... 기억이 선명하질 않네요. 노래가 시작할 무렵, 나 좀 봐달라고 심하게 손을 흔들다가 옆에서 촬영하던 넘버투 캠코더를 후려쳐버리는 사고도 치고... 참 부끄럽습니다. 어쨌든 정말 아무리 봐도 심하게 잘생긴 그분은 담담히 노래를 해나가셨는데...
.....삑사리가.
"울면서 돌아봐요..."
(볼드 부분이 삑입니다)
헉, 정훈 씨!!!
가수생활 경력 5년에 단련된 표정 관리에 들어갔지만, 아무래도 쑥스러우셨던 게죠... 그래도 이 삑사리는 그다지 원망스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때부터 엄숙하던 정훈 씨가 웃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곧, 별 통제도 없고 무척 질서정연했던 공연장은 아수라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카메라폰과 디카들이 무대 쪽으로 서서히,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노래 가사가 울려퍼지는 동안, 저도 이미 훵해진 제 바로 앞자리를 향해 홀린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고, 무대 앞에 선 사람들 사이에 껴서 '아, 정말 이러면 안 되는데...'했더랬죠. -_-;;;
'그녀에게' 노래가 끝나고, 이미 사라진 그 찢어죽이고 싶은 사회자를 대신해서 유엔은 자기들이 알아서 인삿말들을 마치고, '넌 친구 난 연인'을 부른다고 했습니다. 쳇, 찌라시에는 '파도'라며... 바닷가에서 제일 어울리는 노래! 그 바닷가 한 나이트에서 틀어놓기도 했던 그 노래를 안 하고 왜애~
조금 서운했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행복했어요. 정훈 씨는 그때부터 무방비로 웃으면서 무대에서 발자국도 떼어가면서 노래했거든요. 긴 자기 파트가 끝나고 나자, 자기 목과 마이크를 손가락질해가며 무대 뒤에다가 무슨 의사표시를 했는데, 아마 립싱크니까 마이크 꺼달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어쨌든 CD에다가 덮어서 부른 듯, 노래를 계속 했습니다. 정말 김정훈 씨가 웃을 때마다, 몰려든 여자애들이 심하게 동요하는 거 진짜 재밌었어요. 물론 유니도 객석에 와 있긴 했는데, 거기 몰려든 애들이 전부 유니는 결단코 아니었거든요. -_-;;;; 정훈 씨가 정원씨를 지나서 (관객 보기에) 오른쪽으로 걸어가버리자, 몇몇 여자애들은 멀어졌다고 짜증을 내기도...
노래를 마치고 두 사람은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너무 흥분해서 온몸이 떨리는 것을 느끼며, 오랜만에 현장에서 재회한 동지와 그 기쁨을 나누고 나서 천천히 일행 쪽으로 갔어요. 그런데 사람들 때문에 신속하게 빠져나가지 못한 듯, 주차장 쪽이 소란하더라굽쇼. 가보니 하얀 밴이 출발을 못하고 있었어요. 몰려든 구경꾼들을 경찰아찌들이 손에 손 잡고 통제하는 와중에, 힘들게힘들게 밴이 떠나갔습니다. '창 한 번 열어주지~'라는 강한 포스를 받아주지 못한 유엔... 아쉬워서인지(!) 그곳에 있던 어떤 소녀(?)가 천천히 가버리는 밴의 뒷범퍼를 살짝 걷어차던데요. 어이어이, 그러면 임원님께 아주 많이 혼나요오~ 조심하세요오~~
간만에 봤는데 예쁜 거 봤다는 동지들의 따뜻한 인삿말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안고 그 밤 옛 비디오들을 돌려보고 바닷물에는 발가락 하나도 담가보지 않은 엽기적인 대천해수욕장 여행을 마쳤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간사로 수고해주신 넘버원 언니, 제 주접을 처음부터 끝까지 받아주셨던 넘버투 언니, 그리고 대단한 뱃심의 소유자 지현이와 요새 그녀의 반쪽 동감이, 금주 언니와 현남 언니, 오랜만에 만났지만 영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한 범띠 사조직의 마스와 훈앤원, 모두 고마웠습니당~ |
|
